요즘 잦은 비로 텃밭 채소의 생장이 대단하다.
비 그치고 나가보면 한 뼘씩 자라 수확에 지쳐 처치곤란이다.
그렇다고 잘 자라 먹기좋은 놈을 버리긴 아까워 흙뭍은 상추5종, 쑥갓, 미나리, 들깨잎, 근대, 치커리, 방아잎 등등을 씻고 또 씻어 물을 빼고 종류 별로 하루 먹을 분량을 비닐에 담아 동네 아파트를 돌아 다니며 나눠 주는데 그것도 몇 번 하니 멋쩍고 지친다.
어떤 이웃은 낮선 남자의 방문을 달갑찮게 대하고.. 흑..
남은 몇 봉지는 경비아저씨께 맡겨 버렸다.
그래서 지난 달부터 거의 삼시 세끼를 고놈의 야채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평소 밥 대신 샐러드를 즐겨 먹던 가족들도 막상 내가 텃밭에서 가져온 야채는 그리 많이 먹지 않는다.
훨씬 싱싱하고 맛도 좋은데..
하여 나만 줄창나게 샐러드를 먹는다.
점점 소가 되어 간다.
배만 출출하면 거실을 지나다가 상추나 미나리 한 움큼을 집어 우걱우걱 씹어 먹는다.
똥도 시커멓고 한 마디로 풀똥이다.
초식동물같은.
그건 그렇다치고 젠장.. 야채 많이 먹으면 대장청소도 하고 수월하게 변을 본다고 하더만 화장실 갈 때마다 용을 쓰고 거시기가 찟어지것다.
트림을 해도 여물 냄새가 난다.
나이 들어 이부자리에서 쫒겨난 지 오래 전이지만 거실에서 TV 볼 때는 같이 앉는데 거기서 내가 방구라도 한방 터뜨리면 소마굿간 냄새난다고 군지렁대며 자릴 피한다.
음메~ 나도 지구온난화의 주범?...
텃밭에 다녀와 흙묻은 장화나 바지를 벗어 놓으면 또 한바탕 잔소리가 쏟아진다.
텃밭으로 인한 고립감이 심화된다.
음.. 텃밭의 폐해도 만만찮쿤.. 내 로망 실현에 별로 달갑찮은 피해자도 생기는구먼.. 쩝... KW
PS. 같이 노는 백수친구들도 만날 때마다 텃밭 채소를 잔뜩 안기니 처음에는 기특하게 여기더니 인제는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 못 먹어 상한 채소를 버릴 때 미안한 마음이 든나나머... 머 별 수 있나... 지가 소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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