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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문학·음악·사진)

국어 교과서

by 홀쭉이 2021. 7. 17.

초중고의 국어책에 나온 시나 수필, 소설은 두고 두고 우리 인생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걸리버 여행기> <마지막 수업> <별> <탈고 안될 전설> <무지개(김동리 단편)> <마지막 수업>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소나기> <돈키호테> <청춘예찬> <신록예찬> <상춘곡> <날개> <홍도의 자연> <황진이> <면학의 서> <어부사시사> <관동별곡> <모자> <인연> <플루트 연주자> <봄비> <싱그러운 첫여름> <금강산 기행> <국토순례기> <한라산 기행> <기미독립선언문> <요람기> <한 눈없는 어머니> <추석> <이니스프리로 가련다> <무지개(워즈워드)> <마루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어떻게 살 것인가> <휙휙 내닫는 길> <홍길동전> <가지 않은 길> <깨어진 그릇> ....  그렇지 타고르의 <바닷가에서>와 릴케의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도. . . . 수필 <풋밤>도 있구만.. 생떼같은 자식을 잃은 슬픔을 표현한 <슬픔에 관하여>도 있었고... 글치 단편소설 <등신불>도...

 

수업 시간 시험을 대비하여 작품을 음미할 여유없이 주제와 형식을 파악하느라 놓친 것이 아쉬웠고 어른이 되어서야 다시 읽어보고 복습을 했다. 글고 작가의 고향이나 작품 속의 배경이 된 장소를 들리게 되면 새삼 당시의 감동이 우러나고 어떨 땐 너무도 다른 모습에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기도 한다.

 

초딩 교과서에 동화같은 <걸리버 여행기>는 의외로 정치적이고 시니컬한 묵직한 시사 풍자소설.  어쩌면 비약적인 상상력으로 동화를 가장하여 당시 시류나 권력을 조롱하는 역작. 그 전모를 알려면 전권을 읽어야 했다. 하지만 교과서에선 앞 부분의 거인국과 소인국 얘기만 나온다.  어른이 되어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고 화들짝 놀라 다시 읽어본 <걸리버 여행기>.  그 3부에 라퓨타가 나오는 걸 알게 됐다.  글고 미국의 Yahoo가 인터넷 포털로 뜨고서야 <걸리버 여행기>의 4부 '말의 나라' 노예인간 <야후족>을 알게 됐다.

 

근데 초중고 국어샘 그 누구도 걸리버 여행기의 3부 <천공의 성 라퓨터>와 4부 <말의 나라 야후족>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다. 글고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가 지독한 풍자(Satire) 작가임을 말해 준 적이 없었다. 사실 초딩시절엔 그가 덴마크의 안데르센 아류의 동화작가 쯤 되는 줄 알았다.

 

중고딩 교과서에 여러 차례 나온 프랑스의 단편작가 알퐁스 도데. <별> <마지막 수업> 등...  나는 교과서에서 배운 이 단편소설들로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지방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됐다. 40대 중반이 넘어서야 그 일대 여러 도시와 시골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마지막 수업>. 단편이라도 길이가 있는지라 앞부분만 교과서에 나왔는데 어쩌면 주제 부분이랄 수 있는 뒷부분이 생략되었다.  그러면 국어샘이 나머지 부분을 합친 전체 줄거리를 설명해줬어야 하질 않았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어서 아멜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프랑스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특히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이며 가장 확실하고 명확한 말이란 것.  그리고 우리는 프랑스어를 끝까지 지켜서 결코 잊어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한 민족이 남의 나라의 노예신세가 되더라도 자기 나라의 말을 잘 간직하게 되면, 그것은 마치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이셨다."

 

이 단편소설의 배경은 프랑스와 프로이센과의 보불전쟁(1870~1871)에서 패배한 프랑스가 독일 접경지역인 알사스와 로렌 지방을 독일에게 내준 것이다. 하여 프로이센 점령지에서 더 이상 프랑스어를 사용치 못하게 된 프랑스인의 억하심정이 담겨있다. 이 단편은 1871년에 발간되었고 도데의 제2단편집 <월요 이야기(1873)>에 수록되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나서 대한제국은 일본제국에 강제병합되어 역사에서 사라졌다(1910년). 그리고 학교에선 조선어가 금지되고 일본어를 사용토록 했다. 일제 기간 동안 한글학자나 지식인이 우리 말과 글의 말살에 대한 저항도 있었지만... 하지만 프랑스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이 당시 지식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었다면 독립운동과 우리 말과 글 지키기에 더욱 가열차게 나설 수 있지 않았겠는지.   

 

더군다나 해방되고 개명천지에 우뚝선 대한민국에서도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의 뒷부분의 핵심을 빠뜨린채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껍데기나 가르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일이다. KW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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