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조용히 잘 늙어가는 남자, 강석우가 있다.
1957년 생으로 64세.
1978년 신인배우로 데뷔, 첫 작품이 김수용 영화감독의 <여수>, 상대역이 당대 최고 배우 윤정희.
그 뒤로 숱한 TV 드라마, 영화, 연극과 광고 출연. 톱스타이니 말해 뭣하나. 나만 한심하지...
5년 전까지 MBC라디오에서 양희은과 <여성시대>를 방송 진행했는데 지적이고 격조있는 말솜씨...
방송 진행 중 야구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국 KBO와 미국 MLB의 야구 계보와 주요 야구 선수의 일화를 훤히 꿰며 풀어놓는 해박한 지식과 기억력에 양희은도 라디오를 듣던 나도 청취자도 탄복하는... 야구박사 허구연도 물개 박수를 칠 정도... 그러고도 미국 NBA도 그 정도 알고 있단다. 이건 뭐 백과사전 수준...
얼마 전 방송에 나와 소개했는데 하이색소폰을 잘 연주하고 가곡 작사.작곡도 여러 개나 했단다. 실제 방송에서 본인이 나와 연주도 하고 그의 자작곡을 유명 성악가수들이 부르기도 했단다. (아래 동영상 참고)
요즘은 CBS FM에서 오전 9~11시 두 시간 짜리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맡고 있다. 여기선 본인이 직접 선곡하고 해설을 한단다.
지난 주였다. 시내 병원에서 치료 후 귀가 중 차안에서 라디오를 켜니 하필 그 방송. 강석우가 퀴즈를 내며 <그대 그리고 나>라는 노래 가사에서 그 힌트를 찾으라며 즉석에서 무반주로 그 노래를 부르는데... 얼어 버렸다. 꾸밈없이 담백하고 소박한 목소리... 정확한 발성... 자연스런 높낮이와 장단... 아마도 <바흐의 첼로 무반주곡>이 바로 이런 느낌일 것같은...
톱스타로 쉴틈 없는 그는 방송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몇 달이고 어떤 때는 해를 넘겨 해외로 장기여행을 즐긴단다.
정중동.
조용하고 온화하며 소탈한 성품의 강석우.
이 시대 조용히 늙어가며 돌아서 분주하고 역동적인 남자.
5리터, 12기통 엔진을 달고 속삭이듯 부드럽게 그러면서 날렵하게 움직이는 대형세단이다.
오늘 그런 강석우에 녹아들고 있다. KW
https://www.youtube.com/watch?v=jeRi_GKnmms
https://www.youtube.com/watch?v=PJ72egMy6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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