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수도 프놈펜(Phnom Pehn)이다.
지난 6월 초에 와서 그럭 저럭 1달이 되어간다. 이 기간 동안 여기 프놈펜의 왕립프놈펜대학(RUPP) 부설 '캄보디아-한국 문화센터'(CKCC)에서 여기 주류 언어인 '크메르어'를 배운다. 문자는 인도에서 흰두교와 함께 들어와 태국, 베트남과 중국 등 주변국과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그 영향을 받아 현재의 크메르 문자로 확정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크메르어가 정부 지정 공식 언어도 아니고 관리하는 주체 즉, 공기관이 없다고 한다. (울나라 같으면 '국립국어원' 같은) 글고 지난 1970년대 말 '킬링필드'로 지식인들이 많이 죽는 바람에 더욱이 자국 언어를 연구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 그래서 불교사찰의 원로 학승이 노력하여 지금같이 다듬었다고 한다. (프놈펜 중심가에 그 스님의 동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기존의 흰두교나 불교의 경전체가 근간이 되어 다듬어져서인지 일반인이 배우기 어렵게 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선지 현지이들도 그들의 문자를 어렵게 생각하고 문맹률이 높은 편이다. 암튼 우리 단원에게도 크메르어 문자는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 매일 8시간 씩 3주간 수업을 강행하고 시험도 치르지만 매번 무슨 암호문을 보는 듯하다. 그래도 그런 악전고투 끝에 과정 이수가 눈 앞이다. 몇 일 있으면 지방의 임지(깜퐁참)로 이동할 예정이다.
프놈펜은 북쪽의 라오스에서 나려오는 메콩강과 서쪽의 씨앱립으로부터의 똔레샆강 그리고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는 바싹강이 합쳐지는 지점으로 내륙 수운이 발달한 곳이다. 인구 230만 정도이고 불과 수백년 전 태국의 옛 샴왕국의 잦은 침입과 혼란으로 옛 수도인 씨엡립을 버리고 이전하여 새로 정착한 도시다. 하여 생각보다 수도 프놈펜엔 14세기까지 번성했던 크메르제국의 유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오래된 힌두교나 불교 사원조차 안보인다. 도심에 가장 큰 규모라는 '왓 프놈' 사원엘 갔더니 자그만 둔덕 위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스리랑카 식 사원이 보고 다소 실망이었다. 그래도 그 사원이 있는 불과 20m 정도의 둔덕을 '펜(Penh) 산'이라 부르는데 도시 이름이 거기서 유래되었단다. ('프놈'은 산을 의미하니 '펜산'이란 뜻이다.) 그만큼 캄보디아와 프놈펜은 분지형 저지대라는 것이다. 대신 실권도 없는 왕의 왕궁만 삐까번쩍하게 시내 중심가에 있다. 뻔할 뻔자의 왕궁을 보기 위해 입장료 $10을 내기가 아까워 포기했다. 사실 동남아시아 최대 길이와 수량으로 기대가 컸던 메콩강도 누런 물결로 밋밋한 흐름을 보이고 강 양안의 풍경도 기대 이하였다.
일국의 수도치고 대중 교통망이 잘 안보이는 것같다. 버스나 전철도 안 보이고 대체로 삼 발이 툭툭이나 택시들에 의존하는 편이다. 신호 체계도 도심 한 가운데만 작동한다. 우리 나라에서 온 중고차들이 많이 보인다. 승용차는 물론이고 대형 트럭은 거의 모조리 한국산으로 보인다. 더러 렉서스나 벤츠같은 고급 차도 눈에 띄지만 온통 툭툭과 오토바이가 끼어들어 폼 내며 달리기가 어려워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돌아보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일국의 수도 치고 참 별 볼 것없는 도시같다. 몇 일을 다녀보니 가는 곳마다 30분 이상을 볼 만한 곳이 없었다. 주변 자연이나 인공시설 모두... 도시는 벌써 중국자본에 잠식되어 한자 간판의 건물이 즐비하고 상인들은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새로 짓는 높은 빌딩들은 대부분 중국계 자본으로 건설되는 것처럼 보인다. 국회는 집권당이 독점이고 총리는 수 십년쨰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경제력이 약하다 보니 국제 원조기구나 NGO가 무수히 들어와 있고 투자유치를 위해 개방정책을 취하니 약탈적 자본까지 우후죽순으로 들어와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가 난망한 지경이다.
솔직히 앞으로 여기서 봉사생활도 그렇지만 이 나라의 앞길이 막막해 보인다. 여기 처음 도착하여 코이카 현지 소장의 환영사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을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 " 잘 웃는 사람들"로 소개했다. 돌아서 서글프게 다가왔다. 예전 탄자니아에서 "음바야(Mbaya)"같이... 아... 1년... 시련과 함께 희망의 고문이 될 것같다. 내게도 그들에게도.
CKCC 강당에서 K-Pop 경연대회를 준비하는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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