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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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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돌아댕기기)

태국 탐조여행

by 홀쭉이 2022. 11. 30.

태국 탐조여행

지난 14일 간 주로 새를 보는 태국 에코투어. 아직 나는 전문 탐조인이 아니다 보니 그곳의 새 외에도 다른 자연이나 유적지를 두루 보고 다녔다.

수도 방콕에서 렌터카로 태국 서남쪽 펫차부리의 카엥크라첸 국립공원에서부터 중부의 칸차나부리와 수코타이를 지나 거의 최북단의 치앙마이와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에 이르는 약 1300km의 여정. 매일 그곳 국립공원을 다니며 이동한 거리는 제외. 아마 모두 합하면 1800km 이상은 될 듯.

태국의 국립공원 모두가 그런지 모르지만 우리가 들른 국립공원은 거의 에코투어와 휴양지였다. 우리의 여느 국립공원과 달리 장중하고 험악한 산세는 없이 모두 빽빽한 밀림의 순한 산이고 계곡이었다. 아마 울나라 일반 관광객이라면 별 볼일 없다고 투덜댈 수도 있을 듯.

하지만 그곳엔 원시의 정글에 살아 있는 자연이 있었다. 남북으로 길쭉한 울창한 삼림의 산맥이 태국과 미얀마의 지형적 국경이라 자연스레 보존이 잘 된 것같았다. 그래선지 그곳 국립공원에선 군복 차림의 총을 든 직원들이 자주 보였다. 국경수비나 아니면 표범, 곰, 코끼리, 물소같은 위험한 동물들이 숲 속에 살고 있어서 그럴 지도 모를 일이다.


에코투어에선 외국 관광객이 많았고 특히 국립공원 부근의 로지(lodge)에는 전세계로부터 탐조객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주로 이른 아침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탐조를 하고 돌아와 저녁 먹고는 낮 동안 본 새를 서로 동정하고 정보를 교환했다. 서양 속담에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고 했는데 탐조가(Bird Watcher)는 더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해야만 새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체로 5시 전후에 기상하여 5시반 혹은 6시 사이에 아침을 먹고 아직도 어두운데도 새를 보러 나갔다.

우리 일행 중에는 한국과 외국의 종을 합하여 대략 1700종과 3000여 종을 관찰한 고수가 둘이나 있었고 특히 남쪽 카엥크라첸 국립공원에서 4일간 함께한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생물학과 교수(Mr. Frank Johansson)는 6대륙 30여개국을 다녀며 3700여종을 관찰한 조류 전문가이자 특급 가이드. (한국에선 물론이고 전세계에서도 고수급이다.)

그들은 여태 보지 못한 종을 찾아 두리번 거렸지만 초보인 내겐 그곳에서 보이는 거의 모든 새가 신종(lifer)이었다. 특히 부리에 큰 혹이 달린 아주 큰 코뿔새(Hornbill)나 화려한 색조의 Bee-eater, Sunbird, Kingfisher 혹은 꼬리가 길고 화려한 Drongo 글고 뿔같은 crest가 뾰족한 Flycatcher 글고 숲속에서 닭처럼 돌아다는 Francolin과 Patridge 글고 긴 꼬리에 날렵한 crest를 가진 Silver Pheasant가 매혹적이었다. 울나라에선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혹은 열대우림과 원시의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신비함으로...

하지만 그런 매혹적인 새 외에도 숙소에 도착한 첫날 컴컴한 정원에서 본 초록뱀(Vogel's Pit Viper)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숲속을 누비는 여러 종류의 다람쥐들과 천정 위에서 자유자재로 다니는 갯코(도마뱀)와 국립공원에서 문득 마주친 반달가슴곰과 뿔달린 사슴 글고 악어처럼 보였던 큰 파충류(아마도 도마뱀 종류?) 글고 여러 종의 원숭이 중 특히 크고 시끄러운 갈색의 Gibbon과 Samarn Monkey도 마주치고... 직접 보진 못했지만 다니는 Trail에서 코끼리나 물소의 똥도 더러 보였다.

우리 일행과 몇 일간 함께한 그 스웨덴 생물학 교수는 본인이 태국같은 지구의 오랜 원시가 살아있는 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원망한다는 다소 배부른(?) 푸념을 했다. 하여 몇 년 후 퇴직하면 동남아에 집을 구해 얼마간 살고 싶다는 바램을 토로했다.

그 14일간 대략 150 여 종은 본 것같다. 초보자인 내겐 비슷해보였지만 고수들에겐 거의 정확하게 구분이 되는 모양이다. 자연이 살아 있다는 것은 특정 우세 종의 많은 개체수보다 적지만 다양한 종이 공존하는 것이다. 물과 들판 그리고 고산 발치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서식하는 동식물이 다르고 새 또한 그렇게 달랐다.

태국 에코투어. 다소 한산한 이 계절에 만끽한 여행이었다. 그곳의 풍성한 자연과 함께 특히 열정적이고 매너 좋은 동행이 있어서 더욱 그랬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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