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무덥고 온화한 날씨의 여기 열대 캄보디아에서 고위도 한반도의 계절과 자연 속에 살아온 한국인을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반도에선 여름과 겨울 두 계절만 있는 것같다. 봄은 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다가올 여름의 성장을 준비하는 시간이고 가을은 지난 여름의 결실을 수확하여 다시 찾아오는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봄과 가을은 정신없이 바쁘게 준비하느라 시간이 너무 짧게 여겨진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보니 계절은 성큼 다가와 여름이고 겨울이다.
한반도와 비슷한 위도의 나라에선 대체로 마찬가지다. 그곳에서 자연이나 사람은 항상 준비하느라 바쁘다. 봄에 야생의 식물은 싻을 튀우고 잎을 내고 태양의 흠모를 받기 위해 분주하다. 야생동물은 짝짓기를 하고 잉태하고 새끼를 낳는다. 여름이 다가와 숲이 무성하고 먹거리가 풍부해져 새끼를 살찌워 어른스럽게 만든다. 가을이 되기 전에 스스로 먹이활동을 하고 먼거리를 이동할 정도의 체력을 갖추고 짝짓기 경쟁에 끼어들 정도가 된다.
사람도 그렇다. 겨울 동안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농기구를 다듬고 농사준비를 한다. 논과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가꾼다. 단 하루의 햇볕이라도 소중한 듯 성장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어느새 무더운 성장의 여름이 지나고 한결 짧아진 햇살과 서늘한 바람에 지난 여름의 수확을 해서 다가올 혹독한 겨울을 준비한다. 농경사회 시절 수확이 끝난 그 계절에는 야생에서 짝짓기와 같은 결혼의 시기였다. 많은 동면하는 포유류와 다를 바 없는 생활방식이었다. 눈을 돌려 주변 산에선 다람쥐가 지천으로 떨어진 도토리나 밤을 주어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다. 사람은 곡간과 광 그리고 독을 만들어 그랬다.
그래서 사람에게 봄과 가을은 농번기였다.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 그래서 항상 짧고 아쉬운... 한반도의 한국인에게 계절은 사실상 여름과 겨울이었다. 봄과 가을은 중간에 끼인.. 그래서 일만 하다 지나가버리는 계절인 것이다.
독일민요를 한국에서 부른 동요 <뻐꾸기>에 그런 정서가 있다. 봄의 전령사인 뻐꾸기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그 소리와 함께 봄은 훌쩍 가버리고 여름이 온 것이다. 그 짧은 봄에 아쉬운 맘을 표시한다. 벌써 복사꽃이 떨어지고 잎이 새로 돋아 나는 여름이 온 것이다.
그렇게 한반도 사람들은 항상 다가올 여름과 겨울에 대비하여 준비하고 기민하게 살아야 했다. 그것이 문명을 일으키고 때론 이웃을 넘보고 약탈을 하고 때론 당하기도 하여 더 큰 무리를 이루어 종족을 보존하거나 번성하였다. 서로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처지의 이웃에게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항상 기민하고 미리 준비를 해야 했다.
"우리는 왜 일만 하며 살까?"에 대한 물음이나 불만 혹은 회의가 들 때가 있다. 그 뿌리는 바로 지구상 고위도 한반도의 자연에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인한 지난 수 만년의 반복된 삶이 우리의 몸 속에 DNA화 된 것이다. 그 인간이 지구상 동아프리카에서 여기까지 흘러와 정착을 했던 어쨌든 간에... 글고 그 속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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