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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돌아댕기기)

캄보디아 뜨내기_22 (캄보디아에서 새해맞이)

by 홀쭉이 2023. 12. 30.

열대지역 캄보디아에서 새해맞이다.

 

여기 자연과 계절의 변화가 그렇듯 사람들도 무덤덤하다. 기후와 산천초목에 극적인 변화가 없으니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에 별로 느낌이 없다. 이미 오래 전 프랑스의 식민통치 때부터 서구식 양력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기 사람들의 일상에선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같다. (몇 일 전 크리스마스는 어찌 지나갔는지 이런 지방에선 더욱 그렇다.) 오히려 4월 중순부터 우기에 접어들고 여름농사가 시작되는 '쫄츠남'을 우리의 구정처럼 더 큰 명절로 여긴다. 이때 학교는 방학을 하고 관공서도 몇 일간 쉰다. 아직도 지방이나 시골에선 두 주간이나 쉰단다.

 

쫄츠남은 인도의 힌두교 풍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대부분 나라에서 우리의 구정처럼 가장 큰 명절로 여기며 긴 시간 충분히 즐긴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 동남아 나라들은 대부분 불교국인데 여전히 힌두교 풍습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집이나 가게에 자그만 신당을 만들어 음식을 차려놓고 향을 피우는 것도 그렇다. 그 안을 들여다 보면 힌두교 신상인지 아리송하고 어디에선 부처나 관음상도 있고 더러 산신령 혹은 중국 삼국지의 관우상도 보인다.

동남아 대부분 나라에 집이나 가게마다 있는 신당(神堂)

 

길거리 탁발? 공양? 모두들 음식과 돈을 바친다. 이런 동자승도 흔하다.

 

암튼 그래선지 여기 노인들은 자신과 가족의 나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단다. 요즘 어린이는 학교도 다니고 관공서에서 필요한 서류작업이 있으니 나중엔 달라지겠지만 나이 든 기성세대는 나이를 굳이 정확히 셀 필요를 못느끼는 모양이다. 그리고 외모를 보고 나이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요즘 어린 학생들이 영양섭취를 잘 하는지 어른들보다 덩치도 크고 훤출한 편이다.) 반면 한국이나 고위도 사람들에겐 겨울은 혹독한 생존(Survival)의 계절이라 몇 번의 겨울을 넘겼는지가 중요하기에 나이 셈하기가 쉬울 것이다.

 

작금 북방의 대승불교는 중국에서 형상화되어 한반도와 일본에 전파되어 선불교의 주류가 되었다. 어쩌면 그 북방불교에서 오롯히 부처의 사상이 실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여기 동남아 불교는 인도에서 발현하여 스리랑카로 건너가 힌두교 바탕 하에 형상화된 스리랑카식 불교가 주류가 되었다. 그래선지 캄보디아 최대 역사 유적인 '앙코르와트'에 가보면 힌두교와 불교가 혼재된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또한 여기 사원의 스님들은 온전히 수행자라기보다 신분적(브라만) 혹은 직업적 승려인지 애매하다. 불교사원에서 힌두교의 신상이나 부조와 벽면의 그림도 더러 보인다. 길가나 가게에서 어린 동자승이나 젊은 스님들이 그 집안의 융성과 무운을 비는 설법을 하며 공양을 받기도 한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님이 흔히 보이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카페의 내 뒷자리에 앉은 젊은 스님은 여느 손님처럼 차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뭔가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도 보인다.

 

청소년센터에서 내 영어회화 수업에 오는 한 남자 대학생은 작년까지 스님이었는데 올해 교사 시험을 치르려 준비하다 여의치 않아 내년에 다시 스님으로 돌아 가겠다 한다. 대체 이해가 안되지만 그냥 이런 기후와 자연의 나라에선 모든 것이 혼재되어 유연하게 나타난다고 보면 맘이 편해질 것이다. (엊그제 저녁식사에서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웃고 말았다. 그래서 머리가 짧았구나 하는 정도로...)

 

열대지방 나무엔 나이테가 없단다. 혹심한 건기가 있으면 다소 연하게 나타날 수도 있단다. 연중 덥고 온화하니 생장이 지속되어 그럴 것이다. 주곡인 쌀도 그렇지만 채소도 우기와 건기에 다소간 생장 속도나 수확량의 차이는 있지만 연중 끊임없고 과일도 다양하게 나온다. 북반구의 한겨울인 지금 여기선 잭푸르트와 구아바 또는 파파야가 제철이고 조금 있다 2월이면 망고가 제철이란다. 지난 11월 중순 경에 시 외곽에 있는 수박밭에서 씨를 뿌려 싹이 막 돋아난 어린 순이 보였는데 한 달이 지나 엊그제 가보니 벌써 줄기가 길게 뻗어 주먹만한 수박이 달렸다. 이 계절에... 기가 막힌다. 여기 야생동물도 동면(冬眠)이 없단다. 그래서 여기 정글이나 습지에선 겨울에도 뱀이나 악어 혹은 맹수들을 조심해야 한단다. 대체...

 

한창 익어가는 망고 (집집마다 한 그루씩 있는 것같다.)

 

캄보디아 시기 별 제철 과일 (연중 과일을 먹을 수 있다.)

 

지난 달에 씨를 뿌려 싹이 나서 벌써 수박이 달렸다. (그냥 노지 재배로.. 너무 가물어서인지 줄기 세력이 약하다.)

 

 

예전에 우리도 그랬지만 여기선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조혼이나 부부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도 흔하단다. 글고 놀랍게도 이혼율이 상당히 높단다. 실제 여기 내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예전 탄자니아에서도 그랬는데 대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다. 하지만 굳이 숨기지도 않고 크게 내색도 않고 사는 편이다.

 

여기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 상당히 헷깔린다. 같은 이름이 무수히 많다. 성씨는 별로 정해진 규칙없이 붙이고 대신 이름이 중요하다. 그 이름도 출생 월 혹은 요일 등으로 이름을 부르거나 자연의 꽃이나 별 등으로 짓는단다. 요즘 어린이에겐 아예 영어식 이름이 유행이란다. 내가 수업하는 중학교 학생 중에도 더러 있다. 처음 여기 와서 그들이 내 이름을 지어 주겠다고 해서 내 출생월을 묻더니 7월이라 하자 캄보디아어로 '꺼끄다' (7월)로 간단히 작명해버렸다. 헐... 그러니 가계의 혈통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모양. 실제 여기 역사기록이 부실하여 과거 위세를 떨쳤던 제국의 역사마져 제대로 고증할만한 것들이 없다.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 앙코르와트 유적 발굴을 하고 고증작업을 하는데 관련 기록 참고없이 하려니 무척이나 애를 먹었단다.) 심지어 크메르 문자는 스님들이나 왕족의 전유물로 일반 백성들이 글을 배우기 힘들게 일부러 어렵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대로나 학교에 꼭 있는 '쭈언 낫' 동상. 크메르어를 정리하고 사전을 편찬하여 추앙받는단다.

 

동양에서 서아시아와 중동 글고 그 너머 유럽으로 대표적으로 이어지는 세 가지 육지 통로가 있었다. (해로는 제외) 북쪽의 '비단길'과 '초원길' 글고 남쪽의 '인도.동남아 벨트'다. 비슷한 위도 상에 서로 영향을 끼쳐 비슷한 문명이 전개된다. 여기선 동쪽 끝으로 베트남에서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과 미얀마를 거쳐 방글라데쉬 그리고 인도로 이어진다. 글고 인도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파키스탄과 이란과 중동으로 이어어진다. 하여 여기선 인도의 힌두교, 불교가 지배적인 가운데 중동의 이슬람교까지 혼재되어 나타나고 프랑스 식민지배 이후엔 기독교까지 나타난다.

 

요즘 동남아 여러 나라를 다니면 가장 서글픈 것이 울창한 밀림의 정글이 별로 안보이는 것이다. 그 중 캄보디아는 최악이다. 국토의 90%가 평지이고 대부분의 개간되어 경작되거나 사람에 의한 개발로 자연 숲의 면적이 34% 정도다. (한국 63%) 그러니 그 숲에 사는 대부분의 야생동물들도 멸절된 상태다. 연휴가 길어도 갈 곳이 마땅찮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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