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는 해외봉사단원에게 주로 개도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나 비상사태 대피 훈련과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하여 보여주는 사건 사고의 영상물 혹은 사건 기록물들은 대게 몇 년 전 것들이 많다. 코이카는 작은 사고라도 반드시 보고하여 사례집으로 만들어 교육을 하여 경각심을 갖도록 한다.
반면 요즘 한국 유튜버 사이엔 한국의 치안상황에 대해 지나친 국뽕이 만연한다. 은퇴 전 해외사업으로 전세계를 다니며 겪어본 바로는 우리만 유독 치안이 좋거나 안전한 편도 아닌데도 동서양 방문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훌륭한 치안에 놀란다는 인터뷰를 내보이며 자화자찬 일색이다. (아직도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을 잘 모르고 그저 개도국 중 하나로 여기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이 작금 한국에 가보면 치안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너무 좋아서 환장을 한다. 어쩌면 나는 외국을 다니며 작금 선진국 위상을 갖춘 한국을 잘 모르는 그들에게 무척이나 화가 치미는 편이다.)
여기 캄보디아에서도 그렇다. 현지 적응교육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현지 안전교육이다. 글고 6개월마다 이 나라의 폭동이나 정변 상황에 대비하여 비상탈출 훈련까지 한다. 늙은이의 덕담처럼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를 말하지만 다소 거추장 스럽다.
인제 입국한지 7개월이 지났고 그 중 지방에선 6개월을 지냈지만 그런 호들갑에 비해선 치안은 꽤 괜찮은 편이다. 몇 번 식당이나 술집에서 휴대폰을 두고 와서 되찾았고 카페에서 전자제품이나 충전기를 두고 다음날 되찾았다. 처음엔 기대 반 포기 반이었는데 그 때마다 되찾으니 인젠 좀 무뎌지는 것같다. 길거리 소매치기도 내가 당하거나 주변에 본 적도 없다. 가정 집이나 가게 등에 담장을 높이 쌓고 철창이나 튼튼한 문을 달고 자물쇠로 잠그는 것은 있어도 이웃에서 도둑이나 강도 소식을 들은 적은 별로 없다. 물론 오토바이가 하도 많으니 길거리에서 교통사고는 더러 보인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은 대체로 우리보다 훨씬 조심운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우리보다 느긋하고 또한 소심하다. 어떤 것이든 평소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는 편이다. 가령 약속에 늦어도 조급하게 서두르거나 난폭운전을 잘 하지 않는다. 차라리 늦는 편이다.
학교 비품도 그렇다. 새로 설치된 컴퓨터실엔 고가의 최신형 컴퓨터와 네트웍 장비 및 교보재들이 있다. 그외 소모품들도 제법 있다. 수업 시간마다 좁은 교실에 학생들이 40명 넘게 북적거려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거기 비품이 도난당하는 경우는 아직 없다. 교사 용으로 한 박스 갖다 놓은 생수나 각종 인쇄물도 건드리지 않고, 한창 화이트 보드에 낙서도 하고플 땐데 사용 중인 보드마커 조차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손대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집에서나 외출해서도 좀 느긋해졌다. 요즘은 카페나 식당 앞에 자전거도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세워두고 카페에서 노트북과 테블릿을 사용하다 가방과 같이 두고 종업원에게 잠시 나가서 점심 먹고 오겠다고 해서 다녀오기도 한다. 내가 먼저 그런 것이 아니라 주변에 다른 손님도 그러하니 나도 따라하는 것이다.
지난 11월엔 여기 관광지인 시아누크빌에 갔다가 ATM에서 현금인출하다 조작 실수로 기계가 카드를 삼키고 내놓지 않은 낭패를 당했다. 기계 앞에 붙은 비상전화번호로 연락했더니 마침 휴일이라 사고 접수만 하고 휴대폰에서 카드 정지를 하고 몇 일 기다리면 찾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체크와 신용카드를 겸하는 카드라 불안했지만 몇 일 있으니 지역 은행지점에서 연락이 와서 카드를 되찾아 휴대폰에서 카드 활성화를 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여행 내내 나도 일행도 모두 찝찝하고 염려스러웠는데 다행이 잘 처리되어 새삼 놀랐다.
반면 북반구 고위도의 우리는 대게 훨씬 조급한 편이다. 단지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잠재된 폭탄이다. 기후대에서 뚜렷한 사계절과 인구과밀로 인한 과다경쟁 등에서 우리의 인내심이나 절제와 사회적 합의는 정말 위태롭다. 언제 어느 곳에서 그 가느다란 실타래가 터질지 모른다. 항상 불안하고 위태롭다. 단지 겉으로 안 보이기에 낙관하고 그것으로 국뽕에 취하기까지 한다.
암튼 최근 연간 10만명씩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그 해소의 희망일 것이다. 많아서 귀찮고 힘들기보다 적어서 서로에게 소중하고 지켜야 할 친구이자 가족으로 생각되어야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기에..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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