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출신 사람과 결혼한 한국인이 파경에 이르러 흔히 큰 충격과 함께 파탄을 겪는다. 주로 한국 남자들의 경우지만 요즘은 현지인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도 더러 그런 경험을 한단다.
내 예상보다 여기 동남아국의 이혼율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법정 이혼이든 장기간 별거로 사실상 이혼에 해당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단다. 정확한 통계를 찾을 수 없으니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여기 13년 째 살며 고아원을 운영하는 한국 목사님도 여기 이혼율은 무척 높다고 실토한다.) 겉으로 보기엔 가족의 결속력이 단단하고 화목해 보이는데도 그렇다. 어디 유흥가나 관광지에서도 그렇고 식당에서도 가족모임이 아주 흔하고 등하교시엔 부모나 형제가 가서 태워준다. 그런데도 부부간 이혼이 흔하단다. 예전 우리도 형편이 안좋았을 때는 동네 이웃에서 부부 싸움이나 이웃간 싸움이 잦았다. 하지만 이들은 가족끼리도 이웃끼리도 그런 싸우는 소리 하나 없이 사이가 좋아 보인다. (그러니 그들이 한국사람이 화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무서워 한다.)
여기서 '자연과 사람들' 이란 명제로 짐작이 된다. 여긴 연중 덥고 온난하니 계절의 변화가 무덤덤하고 자연에서 사시사철 먹거리가 생산되어 풍족하니 선택의 여지가 많아서 그런 것같다. 혹독한 겨울이 없으니 꼭 지켜야 할 짝이 없어도 그리 실의에 빠지질 않고 또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되는 것이 아닐지. 항상 꽃은 피어 있으니 여기 벌은 사계절 꿀을 생산한다. 내가 작년 6월 초에 왔을 때 피어있던 챔파와 부겐빌리아는 지금도 계속 피고 지며 벌과 나비가 잉잉댄다.
반면 우린 가을부터 시린 옆구리를 걱정한다. 낙옆만 져도 몸이 오그라들고 다가올 겨울이 두렵다. 예전 내가 어린 시절에도 소울 불루스 가수인 임희숙이 부른 <진정 난 몰랐네>를 곱씹으며 실연의 큰 슬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풍족해지고 바빠지면서 그렇게 심각한 슬픔이나 고통에 빠져 있을 여유도 없고 또한 다른 대안을 찾아 슬럼프에서 빨리 빠져 나온다.
고위도 북반구에 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내야 하는 한국인이 느끼는 문화적 충격을 넘어 그들에게서 자연 환경에 적응하여 고착화된 유전자적 차이를 실감한다. 몇 번 만나지도 않고 결혼하고 별로 싸우지도 않고 원한도 없이 이혼한다. 헤어져서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인과 결혼한 한국사람들이 이혼 국면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당신이 어찌 그럴 수 있어?!" "그 간의 정이나 의리는?!" 하며 배신감에 치를 떨며 오래간 슬럼프에 빠져 지낸다. 하지만 상대는 대게 무덤덤하다. 그들의 몸에 밴 유전적 발현이지 않을지... KW
진정 난 몰랐네. (임희숙 노래)
그토록 사랑하던 그 사람 잃어버리고
타오르는 내 마음만 흐느껴 우네
그토록 믿어왔던 그 사람 돌아설 줄이야
예전에는 몰랐었네 진정 난 몰랐네
누구인가 불어주는 휘파람 소리
행여나 찾아줄까 그 님이 아니올까
기다리는 마음 허무해라
그토록 믿어왔던 그 사람 돌아설 줄이야
예전에는 몰랐었네 진정 난 몰랐네
누구인가 불어주는 휘파람 소리
행여나 찾아줄까 그 님이 아니올까
기다리는 마음 허무해라
그토록 믿어왔던 그 사람 돌아설 줄이야
예전에는 몰랐었네 진정 난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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