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돌아 다니다 그곳의 현지식을 먹게 되면 그들의 식사습관이나 음식문화 등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예전 쓴 글에서 동북 3국인 대륙의 중국, 반도의 한국 글고 섬나라 일본의 음식 조리법을 비교한 적이 있다.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요리 이름은 재료와 조리법을 같이 명기하여 무슨 재료로 어떻게 조리하여 만들어져 맛이 어떨지 짐작이 된다. 예를 들면 '깐풍기'(건팽계, 乾烹鷄)다. 굳이 풀이 하자면 '닭고기를 마른 상태로 삶는다'는 뜻이란다. 글고 우리가 자주 먹는 탕수육(糖醋里脊/糖醋肉)도 있다. 우리에겐 '데친오징어'나 '오뎅볶음', '고등어졸임' 혹은 '대구지리탕.매운탕' 등이 있다. 일본에선 '타코야끼' (문어구이), '오코노미야키'(좋아하는 여러 가지를 넣어 구운 부침개), '스키야끼'나 '돈코츠라멘' 등이 있다.
암튼 대륙의 요리는 대체로 불을 사용하여 기름에 튀기거나 볶고, 삶거나 찌고, 훈증이나 굽는 식이다. 한 마디로 완전히 익히거나 조리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사시미'로 대변되는 익히거나 조리하지 않은 생식( 生食)이 더러 있다. 바다 생선 뿐만 아니라 육지의 육고기도 날 것을 더러 먹는다. 울나라도 고대 삼국시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영향을 제일 먼저 받은 신라에서 육사시미인 '육회'가 전파되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한반도에선 독특하게 반숙의 음식조리법이 발달해있다. 반쯤 익히거나 숙성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나물이다. 하여 '데친다는' 단어는 전세계적으로 드물다. 우리한테 저장음식으로 발효시켜 먹는 대표적인 것이 '김치'일텐데 이것도 반쯤 숙성된 것이 제일 맛있다. 너무 일찍 먹어도 뻣뻣하며 풀맛이 나고 너무 오래 숙성해도 흐물흐물 시큼해진다. 반쯤 풀이 죽고 적당히 숙성되었을 때가 맛있다.
예전 직장시절 유럽에서 현지 직원들과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회식을 하며 놀란 점이 있었다. 그들의 평소 생활방식과 달리 한국계 현지법인은 굳이 회식을 통해 직원간 단합이나 정을 나누려 했다. 그들에게도 비싼 돈이 드는 외식이 쉽지 않으니 어쩌다 회사에서 같이 하는 회식은 맛있는 요리를 먹는 날이었다. 놀란 것은 그들의 엄청난 식사량이었다. 대체로 스테이크 코스 요리를 주문했는데 그 큰 고기 덩어리를 쏘스에 찍어 깨끗하게 먹고 샐러드나 빵 글고 후식까지 거의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치웠다. 먹는 속도도 빨랐다. 글고 미국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에 출장갔을 때 거래처와 미팅이 끝나고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데 그곳 시그니처 매뉴라며 추천하여 주문한 스테이크는 정말 어마어마 했다. 두께나 크기가 한국의 3~4배 정도에다 감자튀김을 거의 삽으로 퍼주는 듯 양이 많았다.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 스테이크 싸이즈가 500g에서 1.2kg까지 있었다. 가격도 별 차이가 없었다. 그들은 내게 놀리듯 말했다. "남자라면 1kg 정도는 먹어야지!" 역시 덩치가 크고 활동량이 많은 고위도의 북반구인이 많이 먹는 것같았다.
반면 여기 열대 동남아의 캄보디아나 주변국에선 일단 사람들의 체구가 작다. (주로 동양의 북반구에 사는 호랑이도 그렇다. 제일 북쪽의 '시베리아종'이 덩치가 가장 크고 다음은 인도 북부의 '뱅갈종'이다. 그 다음은 동남아 정글에 사는 '인도차이나종'과 제일 남쪽의 크기가 가장 작은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종'이다.) 연중 무덥고 햇빛이 강해선지 활동량도 적은 편이다. 대체로 개도국이고 가난한 나라인데도 한낮에 땡볕에서 일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기엔 너무 덥고 습하며 비가 거의 매일 내려서 밖에서 일하기 힘들고 건기엔 기온은 다소 떨어져도 투명한 공기에 내리쬐는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암튼 도로나 제방 등 토목이든 빌딩이나 주택을 짓는 건축공사는 건기인 12월과 이듬해 3월까지 대부분 이루어진다. 그래도 건기는 북반구의 겨울에 해당하여 해가 짧은 편이다. 하여 연중 실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짧은 편이다.
그래선지 여기 사람들은 대체로 먹는 양도 적은 것같다. 여기 일반 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요리 하나를 주문을 하면 그들에겐 적당할지 몰라도 우리한텐 좀 적어 보인다. 그렇다고 반찬을 주는 것도 아니니 다른 하나를 더 시켜 먹어야 성에 찬다. 마트에서 파는 그들의 라면도 우리의 2/3 정도 싸이즈다. 우리한텐 두개 정도를 넣고 끓여야 적당한 양이 된다. 글고 여기가 연중 더워선지 무슨 요리든 중국과 비슷하게 불에 굽거나 증기로 찌며 물에 삶고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다. 식용기름을 아주 많이 사용하는 것같다. 일부 인도식의 카레 요리도 있지만 대체로 중국 남방계통의 요리와 비슷해 보인다. 여기도 중국이나 베트남 글고 태국 식당이 있지만 메뉴의 비주얼이 거의 비슷해 보인다.
또한 15~20년 전까지만 해도 동남아국의 식당이나 가정집에선 대부분 손으로 직접 음식을 먹었지만 요즘은 거의 수저를 사용한다. 외부인에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글고 내가 캄보디아에서 산다고 하니 한국의 지인들은 한결같이 거기 밥은 괜찮냐고 묻는다. 예전 인도나 동남아국의 쌀은 '안남미'라 해서 밥알이 찰기가 없어 펄펄 날려서 한국이나 일본사람들은 먹기 안 좋다고 했는데 그것도 요즘은 많이 개량되어 압력솥에서 여기 쌀로 밥을 지으면 한국에서 먹는 밥과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글고 인당 입장 식사가격이 정해진 부페식이든 개별 요리를 주문하는 식당이든 거의 대부분 식사 후에 계산서를 받아 값을 치른다. 까페도 마찬가지다. 주문하며 값을 치르기보다 먹거나 마시고 나갈 때 지불한다. 주문한 커피를 갖다 주기도 전에 계산대에서 미리 돈을 내려고 물어보는 내가 이상한 모양이다. 내가 자주 가는 까페에선 주문을 하건 말건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거나 컴퓨터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흔하다.
한국에서 온 봉사자들 중 남자단원은 대체로 살이 빠지고 여자단원은 살이 쪄서 귀국한단다. 그것이 먹는 것과 관계 있을지... 왜 그럴까?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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