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2주 전에 코이카 프놈펜 부소장 일행이 내가 있는 깜퐁참엘 방문했다.
그들은 예정된 출장 업무를 마치고 나를 불러 내가 소개한 메콩강변의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했다. 그는 한국과 프놈펜의 이런 저런 소식을 전해 주다가 최근 프놈펜에 한국의 노숙자가 더러 온다는 얘길 했다. 다소 놀랐지만 간만에 만나 다른 화제에 밀려 넘어 가고 말았다.
이어서 그 다음 주에 한국의 구정연휴에 짬을 내어 집사람이 여기로 와서 프놈펜으로 마중을 나갔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인근 교회의 선교사 부부 옆자리에 앉아 간만에 한국사람끼리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선교사님도 요즘 한국에서 노숙자들이 캄보디아와 동남아로 더러 온다고 얘길했다.
바로 지난 주에 코이카 프놈펜 사무소 부소장에게 같은 얘길 들은 기억이 나서 깜짝 놀라 다시 한번 진위를 확인했다. 정말이란다. 아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직접 캄보디아에서 지내는 한국인 노숙자를 만나 물어 보지 않고는 그 이유를 알 수 없겠지만 여기 살면서 느끼는 경험치에 빗대어 여러 가지로 추측이 되고 은근히 미소를 짓게 한다.
노숙자가 가장 절실한 것은 가장 기본인 의식주(衣食住)다. 그것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 바로 여기다. 연중 덥거나 온화한 날씨에 풍부한 먹거리와 잠자리 글고 반바지와 티셔츠면 4계절을 지낼 수 있다. 요즘은 정원수로 심은 바나나와 망고가 길거리에 떨어져 줏어만 먹어도 간단한 요기는 될 것이다. (나도 요즘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잘익은 망고를 줏어와 냉장고에 넣어 놓고 먹는다.) 그러니 식료품 가격이 무척 싸고 풍성하다. (여기선 아무도 비닐하우스같은 시설재배를 하지 않고도 노지에서 4계절 생산하여 시장에 나온다.) 여기 자연에선 야생짐승이 동면을 하지 않는다. 연중 푸른 나무는 나이테가 옅거나 잘 나타나지 않는다. 늘 꽃이 피어 꿀벌은 연중 꿀을 생산한다. 한국에서 한여름 작물인 수박, 옥수수와 벼도 그렇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고 서로 문화가 달라 고생도 있겠지만 참으로 탁월한 선택과 용기로 보인다. 어찌 그런 기발한 발상과 결단을 내릴 수 있었는지...
여기 캄보디아의 지방 중소도시인 캄퐁참에 더러 한인 개신교 교회가 보인다. 왈칵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서 인사했더니 이 지역에만 13개의 교회가 있단다. 인구 95%가 불교국인 이 나라에서 인구 6.8만명의 지방 중소도시에 그리 많은 한국 교회가 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여기서 선교활동을 하고 개척교회를 설립하기까지 자초지종을 듣기도 했다. 한국을 떠난 이유는 대체로 비슷했다. 한국에선 더 이상 확장이나 유지도 어려웠단다. 복음 전파 이전에 한국인의 도전과 개척 정신이 느껴졌다.
암튼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짓눌렀던 화두 중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 있었는데 아주 호쾌한 웃음으로 의문을 탈탈 털게 되었다.
부처도, 달마도, 지공도 동쪽으로 갔고
그리고...
한국의 선교사와 목사도 그리고 어느 노숙자도 캄보디아로 갔다.
Looking for Blue Ocean !!!
그 날은 정말 기념할 만한 날이었다. KW
PS. 1. 부처, 달마와 지공은 모두 인도의 소왕국 왕자 출신이다. 그들 모두 피치 못할 출가 사유가 있었다. 그 중 지공은 고려까지 와서 우왕 시절 국사가 되었고 그를 이어 나옹화상과 무학대사가 나왔다. 경기도 양주 회암사지에 가면 그 셋의 무덤과 비석이 있다.
PS. 2. 중국의 당송시대 한 불제자가 큰스님 조주에게 물었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이에 조주스님은 답했다. "뜰 앞의 잣나무" 그것이 화두가 되었다. 요즘 울나라 철학자 강신주 박사도 같은 질문으로 강의를 한다. 배용균 감독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란 화두를 들고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요즘 박학다식한 강의로 유명한 자현스님은 역사적 팩트를 가지고 "달마는 왜 서쪽으로 가지 않았는가?" 라는 화두로 강의한다. 또한 염불선의 주창자인 덕산스님은 "달마는 서쪽에서 오지 않았다." 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런 의문과 화두로 한국의 불교는 진화하고 있다. 한편 달마는 배꼽을 잡고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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