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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신변잡기)

선생님 놀이

by 홀쭉이 2023. 12. 11.

어릴 적 소꼽놀이로 '선생님 놀이'를 더러 했다.

또래 중 좀 크고 말빨있는 친구가 선생님 역활을 했고 나머지는 학생이 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학생들이 자라서 나중에 선생님이 되길 원했다. 집안에 교사가 두 명이 넘으면 더러 '교육자 집안'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나도 어릴 적 꿈이 그랬다. 부모님도 자식 형제 중 나를 교사나 교수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던 중 대학에서 바뀌어 다른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이미 다른 길에 들어서서도 항상 교사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유럽에 살며 본 그 곳 교사의 일상과 처우나 사회적 인식에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여느 직장과 바를 바없는 평범한 직업이었다. 거기서 '교권(敎權)'이나 '스승(師)'이니 하는 말은 없었다. (교사-敎師-는 참 거창한 호칭이다.) 그냥 동양이나 한국의 문화 정도로 간주된다.

 

그러다 코이카 해외봉사를 하며 드디어 교사가 되었다. 먼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선 초등학교 교사로 여기 캄보디아에선 중등교와 청소년센터에서 중딩과 대딩을 가르치게 되었다. 주변에 타국에서 온 봉사단원들도 주로 교사 출신이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교사의 처우나 일상에 대해 얘기하며 정보를 나눴다. 일본, 영국, 미국, 벨기에 등의 교사 출신들과... 그 중 내 집 옆에 사는 한국에서 작년까지 고교교사로 일하다 4년 일찍 명예퇴직한 선교사도 같이 있었다. 그러니 가장 최신의 생생한 정보였다.

 

서로 얘기 중에 한국교사의 처우를 얘기할 때 모두들 부러워 했다. 특히, 명예퇴직이나 교사연금을 얘기할 때 부러움과 함께 무척 놀라워 했다. 그들에게 명예퇴직은 없고 일시금의 명퇴금이니 65~68세 정년 이전에 교사연금 수령은 언감생심. (반면 한국은 30년 이상 근무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받는다.)

 

사실 일반 직장 출신인 내가 놀란 것은 예상보다 적은 수업 일수와 수업 시간이었다. 이미 한국 중고교 교사의 평균 수업시간이 주당 14~15시간이란다.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이건 유럽이나 미국도 비슷했다) 물론 수업 외 교무가 많다지만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교사 출신 JIKA 단원은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저녁 7시까지 학교에서 일한단다. 더러 주말에도 나와야 한단다. 일본의 조직문화가 그렇게 만드는 모양이다.

 

여기 중학교에서 정규 교과과정에 없는 컴퓨터 과목을 가르치려니 처음엔 전체 교육기간에 맞게 교안과 교재를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것에 따라 수업시간에 PPT로 를 만들어 수업했다. 근데 학기가 바뀌어 신학기부턴 지난번 만들어 사용했던 그 교안과 교재를 약간 보안 수정하여 그대로 사용하면 되었다. 그래서 돌아보니 다른 교과목은 이미 교과서가 있고 참고서도 있어 교사 입장에선 정말 수월해 보였다. 정규과목 교과서야 적어도 5년 이상이 지나서야 개편되고 그 과목만 수십년 간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선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닌가 싶다. 같은 과목을 수십년 가르치면 머리 속에 통채로 그 교과서가 들어 있을 것이고 눈감고도 가르칠 수 있지 않을지. 그걸 하루 3시간 정도만 하면 되는.. 그것도 진도가 비슷해야 하니 여러 반에 걸쳐 똑같은 강의를 한다. 글고 무엇보다 여름과 겨울에 한 달 이상의 긴 방학으로 재충전과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교사만의 특권. 예전엔 그리 오래 맘놓고 쉴 수 없었지만 요즘은 다소 자유롭단다. 거기다 휴직과 복직이 타 직장에 비해 비교적 수월한.. 

 

그래선지 예전 어공 시절 공무원 노조는 항상 교사의 처우와 비교하여 열악한 일반 행정직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들이 가져온 급여나 근무조건 비교표를 보니 교사는 한국 공직사회에서 정말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OECD 평균 이상의 처우였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교사란 직업은 최고의 꿀빨기로 간주된다. KW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67322#home

 

15년차 한국 교사, OECD 평균 연봉보다 1000만원 더 받는다 | 중앙일보

초임 교사의 연봉은 OECD 평균보다 낮지만 근무 연수가 늘어나면 OECD 평균 급여를 웃돌았다. 분석 결과 국내 국·공립학교 초임 교사의 급여는 OECD 회원국의 평균보다 적지만 15년차 교사의 급여는

ww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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