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_2월22일
2010. 2. 25(목)
주말에 한가해지면 드라이브겸 시외곽에서 싸게 주유도 할겸 파주 공릉천으로 나간다. 공릉천은 북한산 송추계곡에서 시작된 물이 일영과 벽제를 지나 다음에 공민왕릉을 지나 파주를 거쳐 한강과 임진강의 합수지점인 통일전망대 좌측으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이다.
지도에서 보면 북한산에서 발현한 여러 하천중 길이나 수량(水量)면에서 가장 큰 규모다. 그 이름이 '공릉'으로 지어진 것도 서울의 서쪽편으로 조선과 고려의 많은 왕들의 무덤이 있는데 그중 공민왕릉 곁으로 흐르니 그이름을 따라 '공릉천'으로 지었다.
공릉천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는 지점과 통일전망대 너머로 북한이 멀지않아 오래전부터 군작전지역으로 민간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였다. 혹, 북한의 침투요원이 한강을 따라 곡릉천으로 해서 서울로 잡입할 것을 대비하여 한강과 합수지점에는 여러겹의 철책을 하천 곳곳에 박아두었고 하천 주위로는 벙커와 망루가 빼곡하다. 그런 덕택에 곡릉천은 사람의 손을 덜 타 원래 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있는 편이다. 한강 합수지점으로부터 상류로 2km 지점까지 하천 양안으로 펼쳐진 갈대밭 그리고 조수간만의 영향으로 발달한 뻘은 기수역으로 건강한 생태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주변으로는 기름진 파주들판이 펼쳐져 있어 특히, 한반도를 찾아오는 철새들의 도래지로서 안성맞춤이다.
하여 공릉천은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찍어도 그만이고 큰 무리의 철새들을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거리다. 간혹 다른 곳에서 보기 드문 철새나 텃새를 보는 것은 또 다른 횡재다. 내가 본 대부분의 새는 거의 그곳에서 본 셈이다. 겨울철새인 재두루미, 저어새, 댕기물떼새, 올빼미, 수리류와 그외 무수한 오리류도 그렇고 여름철새인 가마우지, 물총새, 호반새, 뜸북이, 꾀꼬리 등도 모두 거기서 보았다. 근처로는 괜찮은 식당고 몇군데 있고 가까이에 장릉과 헤이리 예술마을도 있다. 탁 트인 자유로를 따라 반시간 남짓으로 한강하류의 질퍽한 뻘밭과 함께하는 건강한 식생을 눈요기하고 공릉천에 들러 둑을 따라 두시간 정도 걸으며 산책과 사진을 찍으면 반나절이 금방이다. 요즘은 거의 습관처럼 격주 정도로 공릉천에 들러 바람을 쐰다.
최근 몇 주일은 회사의 일도 복잡하게 꼬여가고 머리도 무거워 집에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한달만에 간 공릉천은 여전히 평화롭고 건강한 생태로 젖어 있었다. 둑 보강공사로 끊어진 길을 인근마을로 돌아가다 추수후 빈 벌판을 찾아온 재두루미 아홉마리가 먹이를 줍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혼자 호젖이 젖은 논둑길을 밟으며 허리를 숙이고 살금 살금 다가가 카메라에 담았다. 좀 더 가까이 접근해서 찍으려 기어이 그넘들을 날려보내고 말았다. 그들에게 참으로 성가신 훼방자이겠지만 그넘들 날아가는 것조차 보고싶고 찍고 싶은데 어쩌겠는가. 새삼 설렜다. 그래서 가고 또 가는 것이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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