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관련 의견
2010.6.20
지난 주말에 부산친구들과 4대강사업 구간중 낙동강의 중.하류 지역을 다녀왔다. 김해에서 출발하여 양산천이 합수되는 물금과 밀양강이 합쳐지는 삼랑진을 지나고 남강이 합쳐지는 남지까지 운전하며 일대의 공사현장을 목도했다. 원동을 지나자 본격적인 공사구간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원동부터 삼랑진, 밀양 그리고 남지에 이르기까지의 넓은 백사장과 습지는 몇몇 지인들과 풍치를 즐기는 구간이였다. 사실 그구간은 경부선 철도를 타면 가장 잘 감상할 수가 있다. 근데 낙동강의 그 속살과도 같은 구간을 포크레인, 불도져, 덤프트럭으로 파헤쳐지고 있었다. 남지를 조금 못미쳐 보를 설치하는 대산 구간에서는 크레인과 중장비들이 하늘을 찌를듯한 위용으로 낙동강을 잔인하게 유린하고 있었다.
"4대강이 니끼가?" 부산.경남환경연합회원이 농성을 벌이며 붙인 현수막(농성자중 내고향 진주사람도 한명있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그 강길을 따라 호젓한 시골길은 토사를 운반하는 덤프트럭이 질주하며 흙바람만 날리고 오히려 우리 차는 공사현장의 불청객 정도로 보였다.
우리 모두 처음에는 격한 욕설을 쏟아내다 분노가 슬픔으로 나중에는 머리가 텅 비어져 말이 없어졌다. 더 이상 돌아다녔다가는 울화병이라도 생길 것 같았다. 친구들과 김해로 돌아와 밤늦도록 마셔댔다. 우리가 갈 곳이 점점 없어지는 것에 대한 울분과 서글픔 때문이였다.
4대강사업을 하는 목적을 대강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은 4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사실 그 목적이나 타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대운하사업으로 시작한 것을 국민이 반대한다 하니 그 형식과 내용을 일부 변경하여 4대강사업이란 이름으로 억지로 밀어 부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환경생태적인 입장에서 보면 대운하든 4대강사업이든 강이 파헤쳐지고 막아 죽어나는 것은 본질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간단히 반론만 요약한다. (상식의 범주에서… 길게 설명하면 구차하다.)
1. 치수?
A. 한반도는 온대 몬순기후로 계절간 강수량의 편차가 심할 수밖에 없다. 자연의 섭리이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다. 그 숙명이 이땅에 사는 축복이자 행복의 기본조건이다.
B. 4대강 정비율이 이미 97% 란다. 하여 여름 우기에 피해는 주로 산간지방의 무계획적인 난개발지역에서 발생하고 일부 도시에서는 배수장 관리부실과 하수도가 막혀서 발생한다.
C. 4대강 지역 준설과 제방공사와 보설치로 뚜렷한 홍수조절효과를 얻기 힘들다. (è 매년 실시하는 4대강 준설과 강둑보강만으로 충분하다.) 물을 가두는 보는 오히려 잘못 관리하면 역으로 인근지역에 침수나 하류지역에 물난리를 만들 수도 있다.
D. 솔직히 조금 나아지기는 할 것이다. 근데 환경파괴나 위험성을 감안할 때 득보다 실이 훨씬 크고 투자효과도 미미할 것이다. 돈을 버는 효과보다는 돈을 쓰는데 주력을 두는 사업이란 성격이 강하다.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 하니 아무래도… 근데 거짓으로 치수니 경제성이니 과포장을 하면 문제다. 국가정책이고 국가사업인데…)
2. 수자원확보?
A. 한국이 ‘물부족국가’란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어렵다. (학술적 분석이전에)
B. 지난 수십년간의 통계로 한반도는 강수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다. 그리고 년평균 1,150mm 정도는 세계적으로 다우지역에 속한다.
C. 수자원공사는 전국토를 댐으로 만들고자 하는 본질적인 팽창의 욕구가 있다. 지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한국은 물이 부족하고 물만 흐르면 댐을 만들어야 한다. 도로공사는 전국토를 도로로 도배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제어를 해야 한다.
D. 대체로 물은 1) 식수와 생활용수, 2) 농업용수, 3) 공업용수로 이용된다. 일단 한국은 이미 인구의 성장이 둔화되었고 2017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되어 식수와 생활용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글고 한국은 일인당 물소비량이 전세계 평균을 넘어선 물과소비국가라 한다. 그리고 벼농사로 많은 농업용수가 필요했으나 지난 몇십년간 벼재배 면적은 30% 이상 줄어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점점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농업은 줄어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업용수도 한국의 제조업(2차산업)은 많은 부분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저개발국으로 이전하여 사용량이 늘어날 것같지가 않다. 선진경제로 접어들수록 3차 혹은 4차 산업의 비중이 늘어나고 1, 2차 산업의 의존도가 낮아지는 것은 상식이다. 대체 물이 부족하다니… 물론 갈수기에는 부족하다. 근데 그게 자연의 섭리아닌가? 단지 우린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에서 조그만 노력을 할 뿐이다. 글고 이미 있는 것을 잘 관리하고 활용하면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3. 수질개선? 생명의 강?
A. 가장 억지대목이다. 보로 흐르는 물을 막아 수질이 개선된다니 참 가당치도 않은 괘변이다.
B. 아무 생각없이 깨끗하게 할려면 그냥 한반도 강물을 모두 끓여 증류수로 만들면 된다. 무균, 생명체 박멸로 해서 병원처럼 말이다. 아님 강 중간중간에 ‘락스’를 갖다 부어 생명체의 씨를 말려 버리든가…
C. 우리의 하천에는 온갖 생물들이 살고 있다. 모래에 사는 것들, 바위에 사는 것들, 뻘에 사는 것들, 급류계곡에 사는 것들, 심심산골에 사는 것들…. 바다에서 올라오는 민물장어가 해발 1000m가 넘는 지리산 칠선계곡에서 발견되었다 한다. (장어는 지가 올라갈 수 있는 끝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강원도나 경북의 백두대간 준령 계곡에서 흔히 보이는 열목어나 산천어도 마찬가지다. 모두 바다에서 올라와 변이종이 된 것들이다. 근데 보로 막아버리면 우짤라꼬… 근데 생명의 강이라고? 아무리 魚道를 설치해도 고기들은 올라가기가 힘들다. 그 넓은 강에서 좁은 어도를 찾으라니 그래서 그걸 찾아 올라가지 못하고 대부분의 회귀성 어류는 거기서 죽는단다. (일명 고기 무덤) 그런 고기수준의 머리를 쓰니 애꿎은 괴기들 다 쥑이지... 모르면 괴기들 한테 물어보든가.
D. 강에는 모래톱도 있어야 하고 습지도 있어야 하고 뻘도 있어야 한다. 그냥 막힘없이 물만 잘 흐르게 하면 그것에 적응하는 생물만 산다. 마찬가지로 보로 막아놓으면 거기에 적응하는 생물만 살게 된다. 그럼 MB 시킨대로 잘 따르는 범생(?)생물들만 가득할 것이고 4대강은 MB 생태계로 변할 것이다. 그곳에 자연의 신비는 없다. MB가 정해놓은 생명체만 질서 정연하게 번성할 것이다. “잉어, 붕어, 베스 앞으로 나란히!!! 미꾸라지는 허리 안펴나!!! 야! 피라미, 모래무지… 너희들 안나가!”
4. 녹색뉴딜, 지역경제 활성화
A. 녹색뉴딜이라… 이름은 그럴싸하다. 보를 막고 유원지화해서 관광위락단지로 조성한다나… 보를 막음으로 해서 인근 수변지역 수몰이나 풍경이 망가지는 것은 생각 않하는 것 같다. 대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은 아랑곳 않고 그냥 인위적으로 뭔가 조금이라도 삽질을 하고 콘크리트로 발라야 되는 모양이다.
B.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얼마나 개발되거나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좀 더 유지하느냐가 향후 국민의 행복의 질과 연결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유원지화하여 뱃놀이하고 구운 오징어, 김밥, 뻔데기나 파는 공원을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커질 것이고 우리에게 위안을 줄 것이다. 그걸 고용효과라고???
C. 이미 OECD 회원국인 한국이 나아가야 할 산업의 기본방향은 3, 4차 산업이고 나아가 지금은 없는 5차 산업 조차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직도 개발시대의 잔재를 재탕하여 금수강산을 볼모로 경제부흥을 기도하는 것은 별로 창의적인 노력없는 구태의연한 시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D. 그리고 보를 설치하면 둑관리, 수량관리 등으로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수명이 다하면 헐고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E. 사실 보주변을 유원지화해서 제일 득을 보는 사람들은 미리 그곳에 땅을 사둔 부동산 투기업자나 지역유지들이다. 이미 작년에 조사된 바로는 고위공무원들을 포함한 소위 한국의 기득권들이 보가 설치되는 주변의 많은 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F. 사실 돈을 써서 경제를 활성화 해보자는데 투자대비 효과나 환경적 부작용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짓일 수 있다. 근데 이정책을 밀어부치는 세력들은 “그럼 백성들을 우째 다 멕여살릴라꼬?” 라고 하며 반대세력들의 무책임함을 꾸짖는다. “너희가 배고픔을 알아? 너희가 서민들의 피눈물을 알아? 환경은 무신 개뿔!!! 사흘만 굶어봐라.” 라고 한다. 부끄럽다. 그렇담 우리 고마 다 굶어 죽어삐자. 그래야 개발을 피해 조금 남은 금수강산이라도 지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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