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詩)다
2010.9.4(토)
나는 파릇 파릇 피어나는 봄이다.
연초록과 노랑 그리고 아른 아른한 아지랑이의 봄이다.
팽팽하게 부풀어 터질듯한 새순의 봄이다.
나는 흥분하여 분기탱천한 봄이다.
나는 하늘로 뻗어가는 열망의 여름이다.
무수한 잎을 피우고 줄기를 살찌워 무성한 나무의 여름이다.
찌르면 푸르른 물이 샘솟아 오를 것만 같은 싱싱한 여름이다.
단단한 근육과 탱탱한 피부, 반짝이는 눈빛과 머리칼로 오로지 생산과 성장으로만 가득찬 여름이다.
나는 한줄기 스쳐가는 바람에도 흔들리고 방황하는 가을이다.
결실의 기쁨보다 스러짐이 두렵고 다가올 계절에 앞서 추위를 타는 가을이다.
붉은 단풍보다는 떨어진 낙엽이 가슴을 누르고 더 깊은 구석을 찾아 헤매는 가을이다.
벌써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 옹색해진 자신을 바라보며 지난 여름을 되새김질하는 가을이다.
나는 지하골방에서 담요로 칭칭감은 누에고치의 겨울이다.
아우슈비츠의 개스실로 끌려가는 유태인의 눈빛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겨울이다.
한없는 절망속에서 오로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탈출과 해방만을 꿈꾸는 겨울이다.
나는 이미 관속에서 부활을 꿈꾸는 눈보라 몰아치는 혹독한 겨울속을 헤메는 겨울이다.
그리하여 대책없이 철없고, 까불며 흥분하고, 까닭없이 기뻐날뛰고,
절망하고, 슬프고, 허망하고, 우울하고. . . . . . .
나는 시(詩)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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