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천'(黃狗之川)을 아시나요?
2010.10.1(금)
지난 추석에 고향 진주를 가기 위해 귀성버스를 탔다.
가을답지않게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의왕을 벗어나니 비가 그치고 남쪽으로 내려가니 해가 나왔다.
나중에 들었지만 서울과 인근 시.도에 올해들어 가장 큰 비가 내렸단다.
하여 내가 사는 서울 양천구를 포함하여 안양에서도 수해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단다.
아무튼 남쪽으로 내려가는 귀성버스는 안양을 지나 의왕, 수원과 화성을 지나 평택으로 새로난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17번 고속국도)
노련한 버스기사는 혼잡한 노선을 피해 새로난 길을 따라 비교적 수월하게 수도권을 빠져나왔다.
고속도로를 따라 좌우로 누런 황금들판이 펼쳐졌다.
수원을 벗어나면서 길을 따라 비교적 자연 그대로의 굽이(winding)와 생태가 살아있는 하천이 이어져 있었다.
평택으로 갈수록 강폭은 넓어지고 갈대습지는 훌륭했다.
위성사진이다.(다음지도)
혹시나 했다. '황구치천'이 아닐까?
그랬다. 평소 그이름에 묘한 향수를 느끼며 언젠가는 보고싶었던 바로 그 '똥개천' 이였다.
아이폰에서 다음지도로 현위치를 찍어보니 의왕에서 시작하여 안성천과 오산천이 합쳐 경기도에서 제일 넓은 평택들을
죄다 적시고 아산만으로 유입되는 하천이였다.
백로천국이다. 오폐수만 안 보낸다면 (얼마전 어류떼죽음 사건이 있었단다)
수원까지는 도심을 흐른다. 장한 넘...
겨울에는 많은 오리류의 철새가 찾아든다. (니넘들은 고방오리다)
기러기뗀지, 가창오린지 군무도 펼친단다.
아침엔 물안개도 피어오른다.
아쉽게도 고속도로가 아산만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평택IC에서 빠져나와 안성으로 방향을 잡는 바람에 기수역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으로 다시 한번 가볼 수 있느 여지가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화성으로 넘어가 향남IC가 있는 정남면 일대의 황구지천이 제일 좋아보였다.
당장 고속도로를 벗어나 그곳 강둑길을 따라 걷고 싶은 맘이 꿀떡같았다.
까만 민물가마우지 여러 마리가 물가 왕버드나무에 앉았고 멀직이는 왜가리와 백로가 여러 마리.
흰뺨검둥오리도 다 자란 새끼를 거느리고 여러마리가 무리지어 있었다.
황구지천... 참 장난스런 이름이다. '똥개천'이라니. ㅎㅎㅎ
근데 그 똥개천이 적시는 주변 화성과 평택의 들판과 마을이름들도 재미있고 멋스럽다.
똥개천이라는 고구마 줄기를 당겼더니 토실 토실한 고구마가 알알이 달려나오는 기분이다.
화성시 정남면 발산리부터 시작하는 마을과 야산 그리고 들판이름이다.
바깥바리뫼, 길줄이들, 솔모랭이, 산하치들, 구름물골, 대부넘어들, 알꼴사리, 웃들, 뒷들, 장나들이들, 구렁태골, 음골, 마기들
그리고
평택으로 들어와서는 사탄면에 '황구지리'가 눈에 뛴다. 똥개마을이라니.. ㅋㅋㅋ
그리고는 다시
사랫말, 치래들, 조산모랭이들, 수굿말들, 벌터들, 수챙이들, 진구정못, 황새울골, 서받이들, 도리채골, 새들,
높들이들, 번개들, 마루들, 풀무산, 길목들, 앞고실골, 당넘골, 빼논들, 나무구지골, 숲앞들, 방죽앞들, 쇠뿔이들,
높은턱들, 가산앞들, 계루지앞들, 까치보들, 한판들, 동녁말들
그리고 황구지천은 그곳에서 이름을 위로는 진무천이라 하고 아래로는 진위천이란다.
그옆으로 다시 꼭두원들, 한포들, 모래득들, 검은들이 나오고 안성천과 합해서 큰 강을 이루어 아산호로 흘러간다.
도시를 벗어나 인제사 자연하천의 본모습이 보인다.
까만놈이 민물가마우지고 흰놈이 왜가리 그사이로 갈매기도 보이고 멀리서 착륙중인 넘은 아마 청둥오리...
색이 예쁜 황오리도 있다.
같은 오리류이니 흰뺨검둥오리와 고방오리가 섞여 반상회라도 하는 갑다.
이런 순우리말 이름의 마을과 하천 그리고 산과 들판이 어디 다시 있을까 싶다.
하기야 그중심에 있는 하천이 '똥개천'이니 그것이 흐르는 주변 모두를 그런식으로 전염이 된 것이 아닌지.
굽이 굽이 흐르는 똥개천처럼 지명도 자연스럽게 그리 만들고 불린 것같다.
황구지천... 똥개천... ㅎㅎㅎ
뎡말 기분좋은 발견이다. 아직 이 좁은 나라에도 뒤지면 뭔가 줄줄이 나올 수 있겠다 싶다.
텃밭에서 몇 줄기를 당겨 실한 붉은 고구마를 캐서 바지게 가득 담아 팔자 걸음으로 어기적 어기적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탁배기 한잔이라도 걸쳤다면 지게다리를 탁탁 치며 흥타령이라도 할...
KW
PS : 황구지천의 시작은 광교 저수지와 원천저수지로부터 시작 된다. 황구지천이라는 이름은 '큰 고지가 있는 강'이라는 뜻이며,
'뻗친 내'라는 뜻의 우리말 '느러곶이내' 가 '놀곶이내' 로 되면서 '항곶포' 라고 표기하였다가 항이 황으로 변한 것이다.
구지는 고지·곶이(곶)를 가리킨다.
근디.... 무신 개풀뜯어먹는 소린가? 기냥 '똥개'라 해라. 와? 쪽팔리나?!
'여행기(돌아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물머리 트래킹 (0) | 2011.07.12 |
---|---|
소매물도 주남지 (0) | 2011.06.03 |
신 사대주의 (함양 등) (0) | 2010.06.15 |
남산둘레길 걷기 (2) (0) | 2010.05.02 |
남산둘레길 걷기 (1) (0) | 2010.05.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