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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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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잃은 것과 얻은 것

by 홀쭉이 2009. 8. 4.

잃은 것과 얻은 것

 

2009.6.08

지난해와 올해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고
만만해서 그 가치를 미쳐 몰랐던 두 가지를
잃었다.  숭례문과 노무현.

유적중 국보1호의 지위에도 그리고 역대정권에
없던 문화재청을 신설하여 전국의 사적지를
보호.발굴.관리하여 민족의 얼을 길이 보전하려
했던 시절에 숭례문은 무방비 상태로 불에 타
전소했다.  서까래가 내려앉고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현판이 땅에 떨어지고 . . .   그렇게
우리의 자존심과 억장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숭례문은 복원의 미명하에 다시 한번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으로 무자비한 해체와
버림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숭례문은 사람의
초상과 같이 전국으로부터 조문을 받았고 진혼제

사십구제까지 치렀다.  

그리고 올해.  숭례문을 보내고 일년 남짓한 5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뉴스를 들었다.   그를
좋아해서 열광했던 사람이나 미워했던 사람이나
간에 말문을 닫아버리게 하는 큰 충격이였다.  


그를 보내는 형식도 똑 같았다.  몇 일간의 조문과
진혼제 그리고 장례식 . . .  아마 사십구제까지도
똑같이 재연할 것이다.  불상사나 정치적인 행사로
변질될까 우려해 조문을 막거나 분향소를 철거한
것까지도 똑같았다.  


그렇게 전정권의 두 거물이 스러졌다.  하나는 전
정권이 지켜내려 했던 역사적인 기치였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세우려했던 중심인물이였다.  


그 둘은 기치였고 깃발이였지만 결국은 희생자였다.  
하나는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온갖 공해에 시달
리며 그 입구를 닫고 관문의 역할도 못한 체 살아있는
귀신으로 광화문대로에서 무방비로 타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광화문로 북쪽끝의
청와대 재임시절 숫한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임기를
끝내고 낙향해서도 따라다녔던 보수기득권의 망령으로
갖은 수모와 고통을 겪다 투신을 하여 생을 마감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기치도 사람도 모두 잃었다.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 남았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란 말이란 얼마나 유치한
표현인가?  그가 그렇게 유약했고 우리가 내세운
슬로건과 가치를 두었던 이념들이 그렇게 유약했던가?  


차라리 내가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고 소신이 부족
했었다는 것으로 땅을 쳐야 한다.  그리고 그를 마음껏
비난하고 헐뜻으며 누렸던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잃음에 통곡해야 한다.  그리고 돈 앞에 권력 앞에
한없이 비굴한 우리의 노예근성에 치를 떨어야 한다.  
그리고 버릴 것 많은 우리의 비곗살을 혐오하며 살을
발라낼 고통과 분노로 오늘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그가 이룩하려했던 진정한 ‘사람사는 세상’이 이땅에도
세워질 것이다.  그날이 올때까지...   다시 무장한
나와 우리를 위하여...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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