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우습게 아는 나라
2009.7.26 (일)
미국의 주식시장은 주요경제지표에 따라 등락을 한다.
즉, 기업들의 실적이나 소매시장 지수, 물가, 실업율,
생산성지수, 이자율, 주택매매의 예상이나 발표에 따
라 주가가 움직인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다소 그런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듯하다. 하여 우리나라 증시 전문가들도 출근전 새벽
부터 제일 먼저 미국의 주가변동이나 주요경제지표를
보고 우리 주식시장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작전을
짠다. 이른바 미국경제 중심의 동조화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아무래도 미국이 자본주의국가중 경제규모가
가장 크고 세계경제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할 것이다.
2주전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최근 출산율과 사망율
그리고 인구고령화를 종합하여 향후 40년간 인구변화
를 발표했다. 그것을 요약하면 2009년 현재 48,747만
명에서 2015년 49,277만명을 정점으로 인구감소세가
지속되어 2050년에는 641만명이나 줄어든 42,343만명
이 될 것이라고 한다. (부산정도의 대도시 2개가 사라
지는 셈이다.) 현재 인구보다 무려 13.1%나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감소세의 총인구중 고령자의 비율이 급
격히 증가하여 65세 이상의 인구가 현재의 11%에서
38.2%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변화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고 향
후 우리사회에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것이다. 당장
은 소비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규모 축소가 부각될 것이
고 마찬가지로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부족현상도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고령자 부양에 따른 사회적비용
증가, 구매력감소 등이 대두될 것이다. 이 모든 현상들
이 성장하는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 틀림없다. 경제
학자들의 시각에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긍정적인 변
화보다는 거의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다.
멀리 유럽과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그런 시기를 거쳤거
나 진행중에 있다. 일본은 지난 2005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되었고 2050년에는 1억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 최장수국으로 유명한 일본의 고령화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인구감소가 시작되기 10여년전부터 부동산
대폭락을 시작하여 혹심한 경제정체를 겪어왔다. 높은
부동산가격은 금융권의 폭탄이 되어 여기 저기서 연쇄
부도사태를 몰고왔고 90년대 거의 실질적인 성장을 하지
못한 셈이 되었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가격이 진정되
고 산업전반에 다시 투자활기를 띄기는 했으나 아직도
성장을 말하기는 이른 편이다.
최근 내가 다니는 회사의 일본법인에 근무하는 직원이
도쿄에서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해서 자초지종을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년전인가 평촌의 32평형 아파
트를 처분하여 신주쿠의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를 구입했
다고 한다. 가격차이를 물어보니 차이가 거의 없었고 오
히려 돈이 조금 남았다고 했다. 내 상식으로도 도쿄가
서울에 비해 생산성지수가 4배 정도가 높은데 어찌 도쿄
의 부심권 신주쿠의 부동산가격이 평촌과 비슷한지 정말
놀라왔다.
예전에 네덜란드에 있을때도 비슷한 상황이였다. 목동
에 살전 아파트를 처분하면 아인트호벤에서 그 두배 크기
의 아파트를 살 수 있던지 아니면 50평 이상의 정원과 3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가진 3층짜리 단독주택(Detached Hou-
se)를 구입할 수 있었다. 얼마전 향후 부동산예측관련 TV
토론에서는 우리나라의 부동산총액이 땅덩어리가 5.6배나
큰 프랑스 보다 4.5배나 높다고 한다.
최근 모일간지에서는 강남, 강북, 목동의 노른자위에 해당
하는 일부지역 아파트 (13억 이상)에 사는 것은 아파트 가격
의 은행이자만으로 매일 20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특급호텔
에 투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최근 경제가 호전되는 조짐이 보이자 다시 부동산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극심한 불황속에 가슴을 졸이던 정부조차
일련의 조치를 취하려고 여러 카드를 검토중이다. 그러면
서도 인제 겨우 기지개를 켜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까 조
심스런 편이다. 그러나 지난 정권부터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뚝심의 강골, 이성태 한국은행장은 최근들어 이례적
으로 세차례나 부동산투기과열에 경고를 하고 나섰다.
최근 내가 읽은 "일본에서 배우는 고령화시대의 국토 - 주
택정책" 이란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최근 수십년 주택정책
은 철저히 일본을 답습해온 것이고 인구패턴이나 경제.사회
구조를 비교해볼 때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왔다는 것이
다. 70년대 다나카정부 이후 80년대말까지 이른바 토건족
으로 불리는 정치세력들에 의해 신도시건설, 레져타운붐,
수도이전과 전국의 분권화, 수도권 규제완화, 사회 주요인
프라에 민간인자본참여 등 일련의 정책이 시행되었고 그것
은 90년초 부동산 버블붕괴로 이어졌다. (그 전초단계로 일본
에서도 지방의 부동산 미분양과 가격하락이 시작된 것까지
도 비슷하다. 이미 일본은 한국의 부동산에서 점차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보면 최근 한국은 다시 예전 군사정권의 경제정책으로
회귀했다 할 정도로 토건족의 신화가 부활하고 있다. 부동
산관련 각종 규제완화와 신도시 건설 그리고 민자고속도로
건설 거기다 4대강사업은 건설회사출신 대통령의 장끼를 한
껏 발휘하게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도로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 사람들은 한
적한 시골에 잘 닦여진 도로위를 달리면서 미안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일본에선 '곰과 다람쥐만 다니는 도로'라고 하
는데 이미 한국에서도 그런 도로가 많다. 또한 재작년 감사
원에서 조사한 바로는 별로 효용도가 없는 댐들이 전국에 여
러개 있고 지방의 공항도 거의 비행기를 몇편 뛰우지 않은 곳
도 여러 곳인데 또 새로 지을 계획이 많단다. 그리고 철도도
전국의 노선중 경부선에서만 수익이 나고 다른 노선에서는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복선에다 고속철까
지 계속 증설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 7월초 금요일
오후에 부산으로 갈 때 앞뒤로 2개의 머리를 단 16량의 장대
기차의 차량 속에서 혼자 쓸쓸하면서도 낭만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다행히 머리와 꼬리에 있는 2량에는 식당칸
을 두어 서빙하는 직원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우리사회를 가장 근본적이고 혁신적으로 변화시
킬 가장 중요한 통계는 2주전 발표된 '인구감소'로 보고있다.
그러나 그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닥쳐올 현실이기에 우리의 과정을 거쳐갔던 여러나라의 사례
를 잘 살펴보고 미리 차근 차근 준비를 하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최근 수십년간 우리가 지독하게 겪어왔던 부동산투기나
입시과열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좋은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사실 인구가 계속 증가세로 수요가 늘어나는 형국에 과열을
막기에는 백약이 무효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런 긍정적인 발로와 준비를 위해서는 현실을 잘 봐
야하고 미래를 위한 대책에 위배되는 정책이나 지도자를 과감
히 비판하고 적극적인 현실참여가 필요하다. 우리가 과거에
이룬 경제부흥과 민주화가 그랬듯이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얼
마나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참여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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