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 새가 없는 세상은 인간도 없다.
  • 세상만사 균형이고 조화다.
시사

알탕

by 홀쭉이 2009. 7. 14.

 

알탕

 

2009. 7. 12

 

강원도나 지리산의 심심산골이 아닌 서울에 있는 산의 계곡에서 어른이 애들처럼 발가벗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내가 알탕을 하는 그곳 목간

 

발상이 유치하지만 장난끼로 재미있을 것같기도 하다.  근데 내게는 가능하다. 

 

어제도 그랬다.  집에서 시내버스로 30분여 거리로우선 수려한 산을 먼저 탐하고 하산길에 그곳 어둑해져오는 계곡에 내려가 땀에 쩔어있는 모든 옷가지를 벗어던지고 오염이 없는 옥수의 그곳 담()에 뛰어들었다.  계곡 아래로 집채만한 바위와 울창한 수림이 내몸과 물을 가려 호젓한 목간이 되었다.  생각보다 물이 차가워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그곳 담에 몸을 담그고 주변을 둘러보고 하늘을 쳐다보면내가 인구 천만의 수도서울에 사는지 산골에 있는지 모를 일이다.

 

서울인근의 계곡(관악산)

 

 

그런 호사가 어딘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말그대로 가지 않은 길을 가면 된다.  나만의 은밀한 호사.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에서는 한중진미(閑中珍味)를 알 니 업이 호재로다.” 라고 했다.

 

 관악산 8봉능선 (09.4월 봄)

관악산 서울대 계곡에서 나들이 나온 청둥오리가족 (09.4월 봄) 

 

알탕을 마치고 계곡을 내려오며 우리는 잘 보존된 그곳 계곡과 아래로 개발로 망가진 계곡을 비교하며 MB의 어리석은 4대강 정비사업을 다시 한번 비판했다.  수려한 계곡과 강을 망치고 자연의 순환을 끊어 치수와 공익사업을 한다니  그들은 마치 4대강 사업을 경세치민의 수단으로 포장하는데 그 단순한 경제성이란 투자와 효과 그리고 수재로 인한 피해와 복구비용을 비교하는 것이다.  참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관악산 안양방면 삼성계곡에 설치된 보 (09.8월) 

 

한반도는 온대 혹은 아열대 몬순지역으로 계절풍이 불고 사계절이 뚜렷한 곳이다.  우기와 건기의 구분이 확연하여 강수량이 가장 많은 여름철과 건조한 겨울철 섬진강의 하상계수(河狀係數)는 무려 400 1이나 된다.  하여 여름철에 수해를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고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댐도 만들고 제방도 쌓고 물길도 넓히고 유수지도 만들어 물도 이용하고 수해를 줄여왔다.  그리고 매년 댐이나 저수지 혹은 강바닥을 준설하여 가능한 많은 물을 가두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도시수몰과 같은 대규모 수재를 당하지는 않았다.  전세계에서 우리와 같은 환경에서 우리나라 같은 철저한 치수설비와 대책을 갖춘 나라는 드물다.

 

최근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의 경제적인 면을 부각시킬 때 매년 26천억의 수재피해금액이 발생하고 복구비용에 35천억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내용과 금액을 살펴보면 난개발이나 토목공사중 수해를 입은 경우나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07년 여름에 강원도 내린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고 계곡물이 불어나 유역의 마을을 쓸고 지나가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당시 MBC와 조선일보는 같은 지역에서 사람의 손을 덜 타 삼림이 잘 보존된 산간지역에는 별 피해가 없는 반면 수마가 할퀴고 간 지역은 무절제한 삼림훼손과 산악절개로 위락시설단지와 팬션 등이 들어선 차이를 항공사진으로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서울 영등포구의 안양천변 둑 보강공사중 감독소홀로 둑이 터져 인근 수천 가구가 침수되는 사태도 있었다.  얼마전에는 호남지역의 해안가 매립공사중 작업자의 실수로 둑이 터지는 바람에 바닷물이 인근 논으로 역류하여 염해를 입은 적도 있었다. 

 

 개인블로그에서 퍼온글

 

장마철을 맞은 오늘 서울과 경기지역에는 여기 저기 침수피해가 발생했고 특히, 산을 깎아 절개지 인근에 있는 도로나 주택단지에서 산사태와 계곡물 범람으로 큰 피해를 당한 곳이 발생했다.  특히, 도시의 저지대는 평소 배수장 펌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침수를 당한 곳도 있다.  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 수재란 우리의 무리한 개발과 환경파괴 혹은 관리소홀이나 방심에 의한 인재의 성격이 더 짙다.  

 

 우리동네 안양천에는 최근 물이 제법 깨끗해져 물고기도 올라오기도 하고 여름과 겨울철새들도 찾아와 준 생태공원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부응해 양천구청에서는 5월 산란기 무렵에는 물고기 산란장을 설치하는가 하면 철새도래지와 탐조지를 지정하여 보호하고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혜택을 누리도록 배려했다.  그런데 한달전 MB정부가 4대강 사업을 확정발표하자 뒤따라 서울시는 뜬금없이 안양천과 중랑천을 굴착하여 수심과 강폭을 키워 유람선과 수상택시를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강과 연결한 수운을 개통하겠다는 것인데 안양천에는 등촌동 입구에서 광명까지 도달하겠다는 것이고 중량천은 거의 의정부까지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그 발표가 있었던 주말 안양천에 나갔더니 중년의 남자들 한무리가 신정교 아래에 모여서 4대강 사업과 한강지류 수운정책을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비판을 하고 있었다.  수심이 평균 30cm도 채 안되는 안양천을 굴착하여 5m로 하고 폭도 넓히고 중간중간 작은 부두까지 만들어 차도 들어오게 한다면서 그리고는 하천 굴착에 따라 안양천을 지나는 십여개의 교량을 모두 철거 혹은 재설치 아니면 교각보강공사을 해야 한다니 모두가 혀를 끌끌 찰 뿐이였다.  누군가는 지난 대선에서 MB를 찍은 자신의 손을 잘라버렸으면 좋겠다고 흥분했다.  나는 굳이 끼어들 필요도 없이 그들의 흥분된 목소리를 듣고 은근히 안심되고 기분이 좋아져 돌아왔다.  만약 MB가 이러한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한다면 정말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덤벼들 사람들이 적어도 몇몇은 있겠다 싶어서 였다.

 

안양천 숭어떼 (08.8월)

 

작년 겨울 나는 부산의 친구들과 함께 학창시절 윈터 캠프를 갔던 포항 보경사와 내연산을 다녀온 적이 있다.  부산에서 경주와 포항을 거쳐 MB의 고향인 흥해를 지나갔다.  흥해는 태백산맥의 끝자락의 비학산 아래로 바닷가 쪽으로 제법 너른 들판과 탁 트인 바다를 면한 아름다운 소읍이다.  MB의 고향을 떠나 그곳은 정말 사람 살기 좋은 곳이다.  그곳이 MB의 고향인줄 모르고 지나칠 때 우리는 경치가 하도 좋아 그근처 비학산 자락에 땅을 얻어 집을 짓고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그런 MB가 가난과 싸우며 고학을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건설회사에 입사하여 한국과 전세계의 건설현장을 누비며 콘크리트 도배를 하면서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드디어 그는 정점에 이르러 인구 4,850만명과 전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성공은 지난 백년간의 가난과 굴욕의 역사속에서 이룬 대한민국의 화려한 부상(浮上)이기도 하고 우리국민의 위대한 승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의 발자취에서 우리가 별로 듣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그의 아버지와 고향 흥해에 대한 얘기나 추억이다.  워낙 훌륭하신 어머니에 가린 아버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가 나고 자란 아름다운 고향 흥해에 대한 추억이나 퇴임후 귀향설을 들은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MB 생가(生家)는 이미 마을의 다른 사람의 소유로 넘어가 마당부터 건물까지 모두 콘크리트 도배가 되어있다. (사진참고)  아마 건설대통령의 본업과 취향을 잘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노무현대통령이 주책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고향인 봉하마을 자랑하고 떠들었던 것에 비하면 너무 큰 차이를 느낀다.  결국 그는 퇴임하여 고향, 봉하로 돌아갔고 동네사람들과 친환경농업과 동네 앞 습지인 화포천을 보호하고 가꾸다가 그가 꿈을 키우고 호연지기를 키웠던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한만은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면에서 고향에서 태어나 자라고 고향을 떠나 전전하다 기분좋은 귀환을 한 셈이고 그곳에서 죽고 그곳 흙에 묻힌 행운아이기도 한 셈이다. 

 

어쩌면 MB는 고향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고 아니 기억하기도 싫은 과거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그는 돌아갈 곳 없는 영원한 떠돌이 영혼을 가진 불쌍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동정을 받아야 할

 

우리가 지지하고 선택한 대통령의 불행은 우리국민모두의 불행이다.  그의 고향과 자연에 대한 상처를 치유하고 그리하여 그간 산업화로 개발로 망가진 산하를 진정으로 어루만져주길 바란다.  그래서 일단 파고 부수고 콘크리트로 도배하여 경제부흥과 관광자원개발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보존하고 가꾸는 일을 우선하여 조화와 균형을 갖춘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이땅의 산하를 그간 산업화로 심신이 피로하고 상처받은 우리국민의 넉넉한 쉼터로 돌려주길 간절히 바란다.

 

KW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신공양_1 (최후의 만찬)  (0) 2009.08.04
잃은 것과 얻은 것  (0) 2009.08.04
친구 (부제 : 노무현과 문재인)  (0) 2009.08.04
통계를 우습게 아는 나라  (0) 2009.07.26
질곡의 땅  (0) 2009.07.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