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기 뭣꼬?
(신판 봉이김선달?)
2011.5.25(수)
1
이런 현상을 적극적인 마케팅이랄지 아니면 편안하게 좋은 게 좋다고 해야 할런지...
요즘 '세계7대불가사의' 혹은 '세계7대자연경관'으로로 선정되기 위해 전화문자나 메일이 무차별로 날아온다.
아마 특정단체나 개인이 불시에 보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인터넷으로 싸이트를 찾아보니 제주도와 정부는 물론 개인들도 많은 블로거를 통하여 '제주도 강추'를 외쳐대고 있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섬이란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 新7대불가사의를 선정.추진하는 단체가 유네스코의 정식산하 기관이든 아니든 아니면 사설단체로 이런 노이즈마케팅으로 후보지 여러나라로부터 돈이나 울궈먹자 하는 심산이든...
하여튼 나는 우리나라가 이런 법석을 피우는 것 자체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지구상의 불가사의를 투표식으로 하는 것도 그렇고 선정되면 일약 유명관광지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하여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 유치하듯이 나라간 경쟁을 하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더 솔직히 제주도가 이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보호.유지뿐만 아니라 관광유인책이 되고 있는 판에 새삼 '불가사의'씩이나 들먹이는 것이 더욱 가소롭다. 실제 제주도가 지구상의 여타 빼어난 경승지를 제치고 '7대불가사의'로 선정될만한지....
하지만 꼭 이 지랄까지 해야하는지?
나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외국친구들에게 다소 멋적기까지 할 것같다. 굳이 내가 본 외국의 경승지와 비교는 않겠다. (지난 달 간만에 동생과 만나 얘길했더니 자기도 양심상 제주도에 한 표를 줄 수가 없단다.)
2
어제 여러 언론에서는 서울시가 조선시대 서울성곽을 복원하고 연결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도심화된 건물까지도 철거하고 성곽을 쌓아 복원하겠다는데... 도무지 그 발상과 집념에 기가 질릴 뿐이다.
한편으론 화도 치밀어 오른다.
대체 조선시대 서울성곽이 얼마나 외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치열한 전투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사실을 성곽길을 걸으며 곱씹을 수 있는지... 어찌보면 당시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대토목사업인데 대체 당초 지어진 목적대로 그 역활을 제대로한 역사의 장소인지가 의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고향 진주성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임진왜란중 모두 세차례에 걸친 중과부적의 대격전에서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되어 치열하게 싸웠고 마지막 3차에서는 7만 城民 모두가 장렬히 전사하여 그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진주남강을 붉게 물들였다. 따라서 진주성은 성의 축조목적에 충실했고 조상들의 한과 피가 베여있는 진정한 역사의 현장이다. 얼마전 내가 사는 외지에서 진주유등축제를 흉내내어 아류의 행사를 졸속으로 기획한다기에 나는 화를 벌컥내며 반대했다. 적어도 그 유래와 역사를 모르고 그런 얄팍한 장사를 벌이려는 시도를 당장 때려치우라고 말이다.)
진주성
남한산성도 그렇다.
그렇게 높은 산에 철통의 요새를 쌓았다면 제대로 한번 싸워 보기나 했어야 할 것 아닌지... 차라리 거기서 싸워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싸우다 말고 임금과 중신들이 머리를 풀고 적장에게 고두삼배로 사죄하며 항복을 하다니...
남한산성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름다운 수원화성도 그렇다. 이건 뭐 전투용 요새이전에 아기자기한 작품수준이다. 그런 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수원화성 야경
임진왜란으로 서울을 단숨에 점령한 왜장은 이미 왕과 신하들이 도성을 버리고 국경까지 도망쳐 텅 빈 서울에 입성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 돌아가 '세상에나... 외적이 침략하여 전쟁이 벌어졌는데 왕과 신하 그리고 관군은 보이지 않고 흰옷입은 백성들이 집에서 만든 창과 칼 혹은 농기구를 들고나와 불시에 달려드는 게릴라전을 벌이다 돌아왔다고....'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쪽팔리는 기록을 남겼다 한다. 나는 작년 여름 친구들과 북한산성 코스를 따라 대남문 앞에 세운 유적지 설명판을 읽고나서 하도 가소로와 여러 등산객들이 보는 가운데 발로 냅다 차버렸다.
대체 우리에게 전혀 감흥을 주지않는 세계문화유산을 억지로 만들어 관광마케팅만 하자는 셈인지 분통이 터져 미칠 판이다.
3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삼수도 그렇다.
삼수라면 대체 12년 동안 수험생으로 목을 맨다는 얘긴데... 대체 그넘의 끈기와 집념은 어디서 나오는지 놀랍고 아연할 뿐이다. 그렇담 대체 그간의 쏟아부운 노력과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그냥 이것도 종국적으로 유치확정만 되면 그간 모든 낭비는 보상되고 영웅이 되어 묻혀지고 말건지?
후보선정 평가단을 열열히 환영하는 평창주민과 관계자들
우리는 이미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국제행사로서 하계올림픽과 월드컵유치를 한 바가 있고 그외 경제성장에 따른 국제적 위상의 격상으로 '아.태지역정상회의'라든지 'G20정상회의'를 개최한 바도 있다.
최근엔 지방까지 합세하여 여수EXPO, 인천아시안게임, 대구육상대회 등 규모나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국제행사까지도 싹쓸이를 하려한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십년도 안됐는데 벌써 월드컵 재유치를 한다고 물밑작업을 한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다.
한편으론 우리 민족의 엄청난 저력이 폭발하듯이 터져나오는 에너지와 집념이 대단하고 개인적으론 솔직히 압도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얇팍한 상술이나 분위기 따라 우루루 떠들고 나서고 법석피다 썰물 빠지듯 휑한 그런 졸속이 아니였으면 좋겠다. 그러니 그 배경에는 우리의 기저에서 나오는 진중함 혹은 진정성이 받쳐주고 있어야 한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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