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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자연론4(물구경)

by 홀쭉이 2011. 7. 3.

물구경

2011.7.3(일)

 

6월중순부터 시작된 장마는 처음엔 흐리기만 하고 비는 별로 내리지 않았다.

월말이 되면서 본격적인 장마비가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에도 제법 큰 비가 내려 동네 인근 안양천 고수부지 위까지 잠겼는데 오늘 내린 비도 그랬다.

은근 기대도 있었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4대강사업현장에서 무슨 재앙이라도 벌어질 것같은...

지난주에는 낙동강 수계에 비가 많이 내렸던지 불어난 물이 강둑을 무너뜨려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어 구미에는 지난 6월말에 이어 도로유실과 상수도 파열로 2차 단수를 겪고 있다.

홍수로 물난리 속에서 단수가 되는 바람에 먹는 물을 못구해 난리란다. 

 

 

어릴적 장마철에는 바깥에서 아이들과 놀지를 못하니 방에서 언제 비가 그칠지 지리하게 기다렸다.

그러다 잠시 비가 그치면 참지 못하고 강둑이나 개울가로 뛰어나갔다.

물이 얼마나 불었는지 뭐가 떠내려 오는지 하류에서 무슨 고기들이 올라오는지....

모든 것이 궁금하고 신기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졌다.

아파트 앞을 내다보니 갑자기 쏟아지는 많은 비로 물빠짐이 녹녹치 않아 차도에 물이 차고

지나는 차들이 물보라를 일으켰다.

나중에 잠시 소강상태가 되면서 보슬비로 변하자 안양천으로 달려나갔다.

역시나 물은 불어 고수부지까지 잠식하고 너울거리며 도도히 한강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몇몇 사람들이 강둑 위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에 모여 있었다. 

고수부지가 물에 잠겨 통제를 하니 나도 차를 둑옆에 세우고 정자로 가서 비를 피해 아래 강물을 내려다 보았다.

거기왔던 사람들은 대개 50대 전후로 나와 비슷한 어릴적 추억이 있는 것같았다.

자연스레 어릴 적 장마철 추억을 얘기하며 한동안 수다를 떨며 친분을 나누었다.

 

왠지모를 미소가 번졌다.

이런 심성과 동경이 있을진데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무리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하더라도

돌아갈 건데기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강가에서 옛추억도 씹을 수 있고 또 복원얘기도 해볼 수 있지않을까?

 

돌아오는 길에 잠시 소강상태를 참았던 비가 다시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퍼부어라.

모든 인공과 작위를 쓸어버리고 고추만 달랑 남겨두도록...

그래서 원시에서 다시 시작하여 자연의 순리에서 살도록 말이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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