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엽풍란
2011.8.4(목)
2주전부터 활짝 핀 소엽풍란
우리집에서 5년째 한가족으로 살고있다.
최근 몇년간 직장을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마음이 팍팍해져 별로 신경을 못써줘 아파트 베란다의
몇몇 화초는 지난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올봄에 이별을 해야 했다.
그 씁쓸한 기분으로 올해는 별로 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근데 초여름을 다 지나고 말복을 앞두고 소엽풍란은 꽃대를 내밀더니 저리도 화려한 만개를 했다.
달콤한 향기는 보너스다.
참으로 은밀하면서 달콤한 향기가 있다.
퇴근후 아파트 문을 열면 감향(甘香)이 코끝으로 확 스며들어온다.
반가워 다가가면 이내 무디어져 향기를 알 수가 없다.
그러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다 무심결에 다시 그 감향은 코를 자극한다.
은밀한 안방마님의 향기다.
인제 3주째 만개한 첫째 놈
첫째 놈 옆에서 개화를 기다리는 둘째
한놈이 절정을 구가하고 사그러들 즈음 또 다른 한놈이 개화를 기다린다.
7월을 꼬박 채운 한녀석과 8월을 채워줄 또 다른 한 녀석...
두달을 이넘들의 향연으로 즐겁다.
내가 아무리 챙기고 보살피더라도 하지 못할 화려한 개화를 이놈들은 스스로 해낸다.
여름... 장마...
그 장대같은 폭우와 폭염 속에서도 자연은 자신의 기준과 원칙으로 자신의 길을 간다.
kw
PS : 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가기 직전 이 깜찍한 놈들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거실
탁자로 가져와 아쉽지만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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