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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신변잡기)

매미의 여름

by 홀쭉이 2009. 8. 10.

매미의 여름

 

2009.8.9

 

우리나라에서 여름을 상징하는 곤충이라면 매미나 모기?! 

 

그외에도 많을 건데 이넘들은 시골이나 도시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힌다.  모기는 소리없이 다가와 피를 빨아먹고 퉁퉁 붇게 하고 긁어서 상처까지 만든다.  우리집 여인들은 여름에 모기만 없으면 좋겠단다.  (근데 희안하게도 모기들이 여자들에게만 달려들어 나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그래서 나더러 모기도 피하는 더러운 피를 가졌다고 놀린다.  사실은 부러우면서…)

 

근데 매미는?  사실 이넘도 만만찮다.  시골은 그렇다해도 도시에서도 매미우는 소리땜에 주말에 집에 있으면 귀가 멍멍해질 정도다.  그렇다고 더운 여름날 문을 닫아놓고 살수도 없고.

 

무더운 주말.  거의 탈진상태로 아파트 거실바닥에 누워있는데 매미 한마리가 방충망에 날아와 시끄럽게 울어댔다.  울다 지친 넘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별 반응이 없이 울어대기만 했다.  손가락으로 툭 쳤더니 휑하니 아파트 아래의 나무 속으로 사라졌다.

 

 

 

 

요즘 아파트 정원이나 나무에는 매미의 허물이 더러 달려있다.  구릿빛이 도는 갈색의 허물이 매미의 모양과 똑같이 생겨 껍데기만 나무나 풀잎에 붙어 달랑거리다 비가 오면 씻겨 떨어진다.  초딩시절 배운 바로는 매미는 유충으로 5년이나 땅속에서 지내다 성충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어떤 종자는 17년까지나 걸린단다.)  시골에서 밭을 갈다 보면 더러 매미의 유충이 꾸물거리며 나온다.  그렇게 성충이 된 넘이 겨우 한두달을 살다 죽는단다. 

 

 

애그 . . .  불쌍한 넘들.  그래서 저리도 악을 쓰며 울어대는지. 

 

근데 매미가 뭘 먹고사는지  왜그리 시끄럽게 울어대는지 대체 알 길이 없다.  매미가 모기처럼 피를 빨거나 전염병을 옮긴다면 해충으로 살충제를 쳐서 쫒거나 앲애버릴 건데 굳이 그러지도 않는다.  좀 시끄럽다고 살아있는 자연을 없앤다는 것도 좀 그렇다. 

 

내생각에 매미는 별로 뭘 먹는 것도 없는 것같다.  지보다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무나 풀잎을 갉아먹는 것도 아니고. . .   아마 실컷 울기만 하다 맥이 빠져 죽는 것같다.  별 먹는 것도 없이 저렇게 악을 쓰고 울어대니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 오래 살 수도 없을 것같다. 

 

근데 작은 곤충이 어떻게 저렇게 큰 소리로 울어댈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과학적인 분석은 그렇다 해도 그 조그만 넘이 저렇게 쉼없이 큰 소리로 울어댈 수 있는지 정말 놀랍다.

 

예전 유럽에서는 한국의 매미를 설명하기가 참으로 난감했다.  영어로 번역도 안되고 다른 말로 설명을 해도 그넘들이 생전 본적이나 들어본 적이 없으니 설명할 길이 막연했다.  그러던 여름날 그쪽 한넘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와 사무실 근처에서 매미소릴 같이 들었다.  나는 자연스러운데 그넘은 인상을 찌푸리며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매미라는 곤충이라고 하자 그넘은 엄청 놀라며 신기해했다.  그 작은 넘이 그렇게 큰 소리를 내다니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몇 년전 여의도 사옥에서 근무시절 그곳에도 매미가 많았다.  퇴근길에 가로수(아마 플라타나스) 아래로 울다 지쳐 생을 마감한 매미가 비처럼 떨어지고 그 시체를 밟지 않으려고 깨금발로 지난 적도 있었다. 

 

목동도 만만찮다.  안양천변과 인근 야산 그리고 아파트단지의 느티나무, 벗나무에 앉아 엄청 시끄럽게 울어댄다. 

 

가만이 생각해보니 여의도나 목동은 한때 습지였고 그걸 메워 오늘날 다운타운이나 신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은 원래 매미의 땅이였다.  그럼 그넘들이 제땅 돌려달라고 저리 악을 쓰며 울어대고 있는가?!  문득 예전 달동네 재개발현장에서 주민들이 악을 쓰며 개발업자와 싸우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는 짝을 찾아 알을 낳고 소낙비에 떨어져 죽어간다.  그리고 그 알은 땅속 깊이 어둠 속에서 어미의 한을 새기며 때를 기다린다.  5년이 지난 어느 여름 여러 차례 탈피를 하고 날개를 달고 나와 또 한바탕 격렬한 시위를 하고 갈 것이다.  그 억겁의 연을 쌓아 태어난 매미는 그렇게 악바리처럼 존재의 의미를 보여준다.

 

우리가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윤회의 징표가 아닐까?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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