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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신변잡기)

물구경

by 홀쭉이 2009. 7. 25.

물구경

 

2009.7.25(토)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 물구경이란다. 

단, 자신이 당하지 않으면 말이다.

 

어릴적 큰 비가 내린후 불어난 개울물을 보는 것은

참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불어난 동네앞 개울을

보고 개울을 따라 강으로 나가 강둑위에서 혹은 다리

위에서 홍수로 불어난 물을 구경하기도 했다.

 

 

산과 계곡, 논과 밭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곳의 온갖

토사물과 잡동사니를 쓸고와 위압적이고 폭도적인

누런 거센 물결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어지럼증이

몰려오곤 했다.  때론 불어난 물에 떠내려오는 살림

살이나 동물이나 수박 등을 주울 수 있다는 철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온갖 잡동사니를 쓸고 내려가는 험상궂은 물결을

보고 있으면 후련하고 통쾌한 느낌이 몰려온다.  어

쩌면 교만한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힘앞에 얼마나 

나약한지 확인을 하는 순간이고 차라리 그것에 유린

당하는 자체를 즐기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걸

떠나 물이 가득한 강과 저수지와 논 그리고 청명한

계곡에 맑은 물이 콸콸 흐르고 젖은 숲과 늪을 보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비쩍 마른 하천과 먼지 폴폴

나는 산길을 니다 보면 왠지 내마음도 가뭄을 타

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온다.

 

 

나는 매일 전철로 한강을 건너 출퇴근을 한다.  전철

속에서 대체로 신문이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편이지만 한강철교를 지날때 나는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중단하고 철길아래의 한강물을 바라본다.  앉아

서도 서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가운데

에 있을 때는 몸을 숙이고 고개를 쭉 빼고 강을 쳐다

본다.  때론 사람들이 철교아래 한강에 무슨 일이 벌어

졌나 따라 쳐다보기도 한다.

 

아마도 어릴적 습관이 아직도 남아서 그런 것같다.

 

어쩌면 한강은 내게 평일 일상속에서 볼 수 있는 유일

자연과의 대면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강은 설악산, 오대산을 비롯한 태백산맥의 물과 소

백산, 월악산, 속리산을 비롯한 소백산맥의 물로 시작

한 강물과 경기도 충청도 일대의 고봉준령이 있는 산하

를 거쳐온 물이다.  어찌 그리 신비하지 않을 것인지..

 

서해바다로부터 불과 20km 정도 떨어져 있는 서울의

한강에는 김포대교 부근에서 만조시 역류하는 물의 움

직임이 너무 확연하여 탁한 물색과 거대한 소음으로 

사람을 놀래게 한다.  요즘은 만조가 오전 9시 전후인지

한강철교 아래에서도 상류로 역류하는 물의 흐름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한강에서는 장마철에 불어난 물

의 영향인지 바다에서 민물장어가 한강상류로 많이 올라

온다고 해서 강태공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민물장어가 귀하고 값이 비싸 어떤이는 직업적으로 장어

낚시를 한단다.  차라리 숭어는 너무 흔해서 고기대접을

못 받는다 한다.

 

한강의 장어잡이 동영상 링크

 http://www.tagstory.com/video/video_post.aspx?media_id=V000341631

 

 

 

 

어제밤에 비가 조금 내렸고 오늘은 불어난 안양천을

보러가야 겠다.  인제 잉어떼가 잦아드니 숭어떼가 찾아

오겠고 물빠진 곳곳에 참게가 물을 찾아 엉금엉금 기어

다닐 것이다.  지금 나가야 겠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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