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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고안될 전설

이마트에서

by 홀쭉이 2012. 5. 29.

 

이마트에서

2012.5.29

 

 

 

석가탄신일 연휴.  어제 저녁 무렵. 

집안에 필요한 잡화나 먹거리를 살 겸 이마트에 집사람과 함께 장을 보러 나섰다.

이것 저것 집어서 카트에 넣으며 맛뵈기 음식들을 시식했다.

그러고도 여전히 허기가 남아 식당코너로 나와 일 인분을 시켜 부부가 나눠 먹었다.

 

그런데 식판을 들고 자리를 찾는 때도 그리고 앉아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누군가 넌짓이 쳐다보는 눈길을 느꼈다.

긴 생머리에 요즘 날씨에 다소 두터운 가죽점퍼 그리고 청바지 차림의 한 여인.

언듯 여느 행인들과 다름없는...   그러나 자세히 보면 좀 칙칙하고 꾀죄죄한...

그리고 작은 얼굴에 무표정하면서 맥이 없는...  혹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기도 하고...  (거기서는 가끔씩 식당코너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꽤 시간이 지났다. 

사람들은 이리 저리 분주히 움직이고 애들은 뛰놀고...  그런데 그 여인은 계속 그렇게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혹시...  무슨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을 나와 굶고 있는 형편은 아닌지...

그 하릴없이 무표정하게 맥빠진 얼굴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집사람에게 부탁하여 그 여인에게 말을 걸어 같이 식사하자고 했다.

집사람도 반신반의하며 혹 실수할지 모른다는 것 때문에 난감해 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포기를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려는데 나중에 후회하며 잠을 이룰 수 없을 것같았다. 

 

하여 잠시 카트를 집사람에게 맡기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두 가지 시나리오로 대사를 준비했다. 

하나는 우리 추측이 맞는 것과 다른 하나는 틀려 실례를 범하는 것을 가정하는 것.

 

그리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저녁 식사 하셨어요?"

여인은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리며 "안 먹었어요."

"그럼 식사 하시지요."

"전 괜찮아요."

"그냥 식사하시면 됩니다."

"괜찮아요."  여인은 일어서 저쪽으로 걸어갔다.

 

일어서 걸어가는 여인의 모습은 충격이였다.

작은 키에 깡마른 체구...  특히 하체가 부실하여 걸음이 온전치 않았다.  아니 허기가 져 그런지도...

따라가며 계속 종용했다.  "그럼 사람들이 없는 저쪽에서 식사하시지요."  

여인은 살짝 고개를 돌려 말했다.  "화장실에 가서 좀 씻고 올께요."

"그럼 저가 식사를 주문하고 가져올께요.  다녀 오세요."

 

나는 얼른 한식코너로 가서 돌솥비빔밥을 주문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멀리서 보니 그 여인은 화장실에서 나와 아까 내가 손으로 가르킨 곳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왜 그리도 주문한 것 더디 나오든지 조바심이 났다.  멀리 그쪽 테이블을 연신 쳐다보며 혹시 그냥 홱 가버리지 않을까..

이윽고 주문한 식사가 나오고 트레이에 담아 그쪽으로 갔다.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감싸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혹시 허기져 허겁지겁 먹다가 뜨거운 돌솥에 데일까 주의를 주며 물을 갖다 주었다.

"물은 저가 가져다 먹을 수 있어요."

"천천히 드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인은 정말 겸손하고 미안해 했다.

평소 현금을 잘 지니고 있지 않아 줄 돈도 없었다. 

아쉬워 앞으론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하여 지갑과 몇 장의 지폐를 가져다녀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마트를 빠져 나왔다.

그렇게 집사람을 삼십여분이나 주차장에서 기다리게 했다.

 

그 착하고 순박한 눈빛의 그 여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떤 절박하고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걸까...

어젯밤에는 어디서 잠을 자고 또 오늘은 어디를 돌아다니며 끼니를 해결하는지...

 

이래 저래 그 여인의 눈빛이 맴도는 하루였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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