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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문학·음악·사진)

탈고안될 전설 3_대부 (The God Father)

by 홀쭉이 2015. 2. 15.

대부 (The God Father)

2015.1.16

그 때가 고2였다.  아마도 1979.

오전 11시쯤 중간고사 시험을 마치고 걸어 촉석루 옆의 제일극장에 갔다. 

평일 오전에 상영하는 영화관은 썰렁했다. 

사백원을 지불하고 컴컴한 극장을 더듬어 자리에 앉아 홀로 영화를 보았다.

환한 장면이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객기였다.

급우들의 불우학우돕기 모금으로 억지로 2학년으로 올라와 자존심은 상하고 의기소침했다.

시험을 끝냈다고 반갑게 맞이할 집안 분위기도 아니었고 맛있는 밥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래 저래 버스비와 용돈을 모아 만들어진 그 사백원으로 영화표를 샀다. 

그 돈은 우리 가족이 국수 두 다발을 사서 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액수였다. 

그 열등감과 수치심으로 객기를 부려 영화를 보고 있었지만 속으로 눈물이 흘렀다. 

가족에게 미안하고 선생님한테 미안했다.

 

그리하여 본 영화는 너무도 재미있어 내가 처한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영민한 눈빛으로 모든 장면과 대사를 머리 속에 채워 넣었다.

그 기억이 너무도 선명해서 요즘 다시 보는 그 영화에서 무슨 장면이 삭제되거나 누락되었는지를 알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말론 브란도로버트 드니로는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3부작 모두 주연으로 열연한 알 파치노가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한 것에 분개하기도 했다.

 

10여년 전에 네덜란드에서 대부’ 3부작 DVD를 사서 아직도 보고 있다.

오늘 소주의 천평산 등산을 다녀와 나른한 저녁에 다시 본 그 영화는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세월은 흘러 이미 그 영화를 처음 본지 36년이 지나 50대 중반이 되었고

그것도 중국 소주의 아파트에서 혼자서.

 

그 영화 속에 내가 있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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