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전쟁?
(Suite Franseise)
2015.8.20
낭만적인 전쟁이 있을까?
전쟁 그 자체는 참혹하고 처절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단일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지나가고 그 극단에서 겪고 난 얘기는 영웅담이 되고 또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된다.
소주의 주말 독신생활에서는 주로 전쟁영화가 무료함을 달래준다.
비슷한 전쟁영화라도 태평양전쟁이나 한국전쟁 혹은 베트남전을 다룬 것들은 너무 참혹하여 보기가 부담스럽다.
내겐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이 좀 더 피부에 와 닿고 이해가 쉽다.
그리고 당시 문명이나 생활수준 정도가 가장 앞서 있었던 유럽의 전쟁양상은 다른 여타지역에서 벌어진 전쟁
보다는 덜 극단적이고 다소간 여유가 있어 보인다. (물론 당사자들은 펄쩍 뛸 것이다.)
유럽의 전쟁영화 중 명화로 꼽는 '멀고먼 다리(The Bridge Too Far)'도 그렇다.
2차 대전 말기 네덜란드 아른헴에서 벌어진 독일과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치열한 전투는 그렇다 치고
라인강 변의 아름다운 소읍의 정경과 마을 사람들의 휴전협상중개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서로 무차별 살육이 아닌 인간적인 도리와 배려를 통한 타협이 인상적이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on)'도 그렇다.
실감났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참혹한 전투장면과 치열한 시가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읍의 아름다운 정경에
넋을 놓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가 실화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과연 그런 감동의 스토리가 우리네 전쟁에서도 가능할까?
'메리 크리스마스(Merry X-Mas)'는 그 절정판이다.
1차 대전 중 벨기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영국과 독일군 사이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1박2일간의 휴전을 다룬
영화다. 치열한 전투 중 독일진영에서 누군가 부른 크리스마스 캐롤 'Silent Night'(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영국군이 따라 부르자 양 진영의 장교가 중립전선에서 만나 그날만은 휴전을 하고 평화를 만끽하자고 합의했다.
병사들은 환호했고 무기를 내던지고 진지에서 달려 나왔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노래를 불렀고 편을 나누어 축구게임까지 했단다.
다음날이면 다시 총부리를 겨눌지언정...
몇 년전에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킨 영화 '피아니스트'도 그렇다.
2차 대전 중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벌어진 일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가야 할 유태인 출신 피아니스트가 한 독일장교의 묵인하에 목숨을 구했다는 스토리.
나는 2013년과 2014년에 바르샤바를 방문하여 그 거리와 파괴된 바르샤바의 옛 사진을 같이 볼 수 있었다.
그 현장은 참혹했지만 주인공과 독일군 장교 사이의 아름다운 기억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실존인물 독일군 장교 '빌렘 호슨펠트' (그의 일기에서 인간적인 고민을 했던...)
그리고 이번에 DVD를 빌려 본 'Suite Francasise'(2014)도 그렇다.
2차 대전 중 프랑스의 시골 소읍을 점령한 독일군과 마을사람들 간의 대립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장면이다.
전쟁 전에 독일에서 작곡가였던 점령군 장교가 프랑스 소읍의 유지 여인과 정을 나누고
그녀를 도와 이웃 레지스탕스와 함께 파리로 피신하게 해주는 줄거리다.
나중에 살아남은 그 프랑스 여인은 나중에 그 독일군 장교가 들려주었던 피아노곡을
정리하여 'Suite Francasise'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위 모든 영화는 전쟁 중 벌어진 실화를 재연한 작품들이다.
물론 각색 과정에서 다소간의 변형이나 과장은 있겠지만...
하지만 당시 유럽의 사정에서 충분히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인들이 전쟁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국가적인 반성에 앞서 스스로 부끄러워한다는 점이 동양의 일본과 다른
점일 것이다. 독일인은 히틀러의 독선과 군국.패권주의를 묵인하고 그 하수인이 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반면
일본인은 천황과 지도자들이 결정하고 지시를 했으니 충실히 따랐을 뿐이고 스스로는 부끄럽지도 죄도가 없다는
생각이 다른 것이다.
그런 정도의 수준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당시 유럽의 수준이라면 영화에서와 같은 스토리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
'Suite Francasise' 또 다른 명작이 내 기억 속에 수록되었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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