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근성?
2016.12.25(일)
'냄비근성'
이보다 우리 국민을 심하게 비하하는 표현이 있을까?
(솔직히 나도 별 의미없이 써왔던 표현이다.)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최근 수 십년내 만들어진 신조어다.
그것도 남이 붙여준 것도 아닌 우리 스스로 지어내서 부르는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말은 우리 국민이 지어냈다기 보다는 국민을 지배하는 계층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면 집단으로서 우리 국민을 비하시켜 이용하려는 나쁜 정치꾼들의 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나쁜 정치꾼들이 설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집단으로서 국민을 함부로 폄하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단호하게 응징을 해야한다.
우리는 세습의 절대왕조시대에서 국민이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고 통치하는 민주공화정시대로 바로 넘어왔다.
서구에서는 약 200년 동안의 근세가 있어서 사회적 계급 변화와 함께 개인의 인권이나 자유를 바탕으로한
현대 민주주의의 태동기가 있었다.
반면 우리는 서양의 자본주의와 함께 민주주의를 동시에 정착시키는 환경이 되었다.
그래봐야 정부수립 이후 기껏 70년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엄청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경제는 우리생활에 더 밀접하니 그 변화를 실감하는데 정치는 잘 느끼지 못한다.
그냥 정치를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하는데로 그런가 보다 하는 편이다.
하지만 경제가 우리 생계를 윤택하게 한다면 정치는 우리 개인을 사람답게 스스로의 주인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짧은 민주주의 실험 70년 동안 세 번의 국민혁명과 두 번의 군사쿠데타를 겪었다.
그것도 국민 스스로 선출한 최초의 대통령의 제1공화국에서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하야시켰고 (4.19혁명)
그 밥상은 호시탐탐 권력의 기회를 엿보던 군사정권이 쿠데타로 가로챘고 (5.16군사정변)
또한 그 군사독재의 폐해가 만연하고 국민참여 기회를 가로막자 또 다시 국민은 일어나 (87.5월 혁명)
군사정권의 항복선언을 받아내고 직접 참여와 선출의 권리를 쟁취했다. (6.29선언)
하지만 지난 세기말까지의 두차례 혁명은 모두 어린 학생이 주축이 된 의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국민개인소득 2.5만불이 넘고 10대 경제대국과 OECD 회원국이 된 마당에
또 다시 개발독재로의 회귀를 꾀하는 지도자를 맞이하여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을 경험하며
드디어 폭발하고야 말았다. (2016.11월 시민혁명)
이 의거는 남녀노소와 계층을 망라한 명실상부한 시민혁명이었고 그것은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을 넘어서 개발독재라는 구시대의 청산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담은 것이었다.
소란스럽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조용한 그러면서도 단호한
지나고 보면 우린 그렇게 성숙해지고 있다.
1960.4월은 고등학생이 주역이었다면
1987.5월은 대학생이었고
2016.11월은 시민이 주축이 되었다.
(고등학생 => 대학생 => 시민)
이런 국민을 누가 감히 '냄비근성'이라고 하겠는지.
누가 우리를 감히 '결기(決氣)'가 부족한 국민이라고 하겠는지.
나는 이번 11월혁명에서 최대의 수확은 그런 열등감과 자아비하 같은 것을
떨쳐낸 것이라 하겠다.
우린 이렇게 성숙해지고 있는 중이고 그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아플만큼 아파야 하고 그래야 여물어지는 것이다.
서구가 겪은 수백년을 불과 몇 십년에 소화를 해내는 전세계 유래가 없는 독보적인
금자탑을 쌓아가는 중이다.
KW(81)
PS : 촛불시위에 참여한 많은 시민은 대통령 탄핵이 그 끝이라기 보다는 구시대 청산의 시작이라는 말을 한다.
개발독재의 잔재에 안주하기보다 보다 공정하고 사람이 존중받는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구시대 청산작업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공정한 제도와 환경에서 새로운 역동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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