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세우기
2017.2.29(일)
어린 시절 지독히도 가난했던 노무현은 많은 돈을 벌어 우리사회의 주류가 되기 위해 발버둥쳤다. 상업고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사법고시를 패쓰하고 판사를 거쳐 변호사 개업을 하여 부산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변호사가 되어 그의 소원대로 탄탄한 주류가 되었다. 우리 사회 분위기로는 자연스레 보수로 편입되는 순간 소위 '부림사건'으로 진보의 길로 들어 서게 되었다. 이후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을 하고 대통령이 되었다. 하여 졸지에 진보진영의 최고 리더가 되버렸다. 하지만 대학시절 운동권 출신이 주류였던 진보진영에서 리드쉽을 발휘하기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어려웠다. 그는 진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했고 나름대로 명쾌한 정의를 내렸다. (그가 쓴 '진보의 미래' 참고)
한편 보수는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세력을 지칭하는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수의 원조는 독립유공자 혹은, 개국공신과 전쟁이나 절체절명의 국가위기 상황에서 구국의 결단으로 헌신한 사람, 국가 부흥을 위한 주요전략 입안과 실천에 헌신한 사람, 정의실현과 민주주의 확립에 헌신한 사람 등.... 그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미지는 청렴결백, 정직, 지조, 예의바름, 정의감, 우국충정, 희생정신 등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보수는 장자로서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활을 한다. 절체절명의 국난에서 분연히 일어나 자신의 몸을 던져 나라를 바로 세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보수와 그 집단이라면 어떤 이미지와 무리가 떠오르는지. 제일 먼저 군사정권의 잔재와 비대한 재벌이 떠오른다. 그외 개발독재 시절의 고위관료와 정치인들.... 언급을 하면 할수록 썩는 냄새가 역겹다. 그들은 그냥 부패한 기득권이다. 그렇다. 가짜보수들이다. 그 가짜보수들이 작당하여 오늘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고 그 보수를 지지했던 국민마져 돌아서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다. 여론조사로 80%의 국민이 대통령탄핵을 지지한다면 많은 보수들이 이미 이반을 했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그들의 분노와 함께 보수의 가치가 혼란스럽고 지지세력마져 잃어버린 그 공허함 아니 그런 정도를 넘어선 공황상태를 생각해보라. (우리들 중에서도 더러 있다.)
사람들은 우리 민주공화정의 잘못된 출발을 그 원인으로 꼽고있다. 항일독립투쟁 세력이 우리의 건국세력이 되어 주류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다수의 친일세력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그 첫번째이고, 이후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에 의해 개발독재를 하여 경제성장은 하였지만 정경유착에 의한 온갖 이권으로 비대해진 재벌들이 자본주의화된 오늘날 우리사회의 주류가 된 것이다. 물론 그들도 창업기와 성장기에 엄청난 노력과 분투는 있었지만 2세와 3세로 이어진 세습은 그들의 성과를 반감시켰고 사회갈등의 원천이 되었다. 소위 '금수저'들이 우리 사회에서 보수의 후계자이자 뒷배가 되버렸다. 문제는 '보수의 부재'다.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보는 말 그대로 시대를 앞서가니 속성상 건들하고 도전적이라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 극단은 비극적 파탄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뒤끝을 보라. 급진 진보의 탄생은 보수의 파멸에서 온다. 우리가 진정 걱정해야 하는 것은 '보수의 부재'이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특검에서 조사팀장을 맡고 있는 윤석열 검사에게서 보수의 전형을 보고 기뻤다. 자신에게 철두철미하고 부정과 타협하지 않고 회유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론자. 검찰 내부에서도 그는 보수주의자로 통한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람을 진보로 잘못 분류한다.) 이땅에 올바른 '보수 세우기'가 급하다. 안정된 사회로 가기 위해, 진보와 보수의 정반합으로 가기 위해, 새의 좌우 날개처럼 올바른 보수와 진보가 필요하고, 축구에서 좌우측의 공격수가 번갈아 공격을 하듯이. 한쪽이 없거나 약해선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KW(8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