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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고안될 전설

전설_7 (작은 형)

by 홀쭉이 2017. 12. 25.

전설_7(작은 형)

(형과 박근혜)

2017.12.25


내가 중1 그리고 작은 형이 중3 때였다.

나는 신생학교인 동명중 그리고 작은 형은 진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진주중에 다녔다.


형은 국민학교 시절부터 덩치도 크고 공부도 잘해서 학급반장을 도맡아 했었다.

중학교에 가서도 계속 그러더니 중3 때는 학생회장(당시는 '대대장')이 되었다.


1975년 초여름

당시 故육영수를 대신하여 박근혜가 퍼스트레이디 역활을 할 때였다.

박근혜는 당시 '한마음운동' 총회장으로 전국을 돌아 다니며 행사를 주관하던 시절이었다.

진주는 서부 경남의 중심도시로서 인근의 모든 산업.행정.교육의 거점 역활을 했었고

당시 진주 공설운동장에서 한마음 대회를 치렀다.


서부 경남 일대의 모든 중학교에서 동원된 중학생들은 대회 몇 일 전부터 수업을

전폐하고 카드섹션과 마스게임 연습을 했고 마지막으로 운동장에서 줄지어 서서

박근혜 회장의 등장에 맞춰 박수를 치며 환영하고 학생대표가 전투기(F5 팬텀기)를 사는데

일조를 하는 국방성금을 바치는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북한체제에서 벌어지는 행사와 비슷해 보인다.) 


행사 당일 작은 형은 총학생 대표로 허리띠에 큰 칼을 차고 전체 지휘를 하며 구령을 붙였다.

1부 행사가 끝나고 모두 운동장으로 내려와 박근혜를 맞이하고 단상에 앉자

전체 경례와 함께 형은 학생대표로 단상에 올라가 모든 중학생이 그간 모은 국방성금을 바쳤다.


당시로선 큰 영광이자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행사를 마치고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했던 엄마에게 갔더니

주변 장사 동료들에 둘러싸여 엄마는 무척 어깨가 으쓱해 있었다.


그리고 40년이 지나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었고... 

작년(2016년) 겨울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거기에 40년 전 학생대표로 박근혜 회장에게 국방성금을 내고 악수를 했던 작은 형은

형수와 함께 강원도 홍천 심심산골에서 상경하여 촛불을 들고 '대통령 하야'와 '적폐청산'을

외치며 광화문을 누비며 한 겨울을 보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이런 인연도 있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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