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 새가 없는 세상은 인간도 없다.
  • 세상만사 균형이고 조화다.
시사

제국(帝國)과 실리(實利)

by 홀쭉이 2017. 12. 29.

제국(帝國)과 실리(實利)

〔부제 : 미국의 선택, 도널드 트럼프]

2017.12.28


 2016년 미국인은 트럼프를 그들의 최고 지도자로 선택함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요청했다.  기존 주류와 전세계 많은 지식인들의 예상과 바램을 뛰어넘는 반동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이민으로 형성된 다민족국으로서 조상의 전통이나 관습보다는 '합리(合理)'와 '실용(實用)'으로 똘똘 뭉친 '합중국(合衆國 United States of America)'이 아닌지.  하여 그런 선택에는 분명히 미국민의 잠재된 합리적이고 현실적 욕망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결코 우연이나 실수가 아닌.


 세계2차대전후 미.소 양극체제는 예전과는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였다.  그 이전 제국들은 식민국들에 군사를 주둔시키거나 총독부를 설치하여 직접적인 통치나 개입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미.소 냉전체제 하에서는 경제원조와 우파정권 지원을 통하여 그 고리를 얽어 매는 형식이었다.  하여 그 고리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식민국(혹은 위성국)들에게는 제일 먼저 원조 중단이나 무역 보복같은 경제제재를 우선적으로 실시하였다.


 어릴 적 다녔던 학교나 시내 여러 시설물들의 주춧돌에는 미국의 원조로 세워졌다는 기록이 많았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교사(校舍)도 그랬다.〕  매일 정오에 고아원에서 인근 동네의 미취학 어린이에게 나눠줬던 우유와 빵도 미군이 지원하는 것이었다. (나도 얻어 먹었다.)  그 외 정부사업으로 도로나 항만 등 주요 기간시설 건설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전국적으로 그럴 것이고 전세계 신생 독립국에는 그런 원조의 흔적이 아주 많을 것이다. 


 한때 소련의 위성국으로 범공산진영에 있었던 동유럽과 서아시아 나라들을 가보면 미국이 우리한테 했던 것과 비슷한 소련의 그런 원조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 나라에서 오래된 역사.문화 유적에는 흔히 구소련 혹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시설 보수와 개축을 했다는 푯말이 서 있다.  물론 서서히 그 흔적이 지워지고 있지만 유서 깊은 오래된 건축물 혹은 전철이나 관공서같은 중후장대한 주요 시설물에는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체제경쟁이라고 했던 그 추상적인 용어가 눈으로 직접 보이는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2차대전후 아무리 미국과 소련이 부유한 강대국이라 하지만 우리같은 신생독립국 혹은 위성국이 전세계에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막대한 경제지원을 하며 제국 혹은 진영의 주축국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분명한 한계는 있었고 미국은 또 다시 세계대전이 터지지 않는 한 범자유진영의 자본주의체제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던 것같다.  2차대전후 국지전은 있었지만 20세기 후반은 대체로 평화의 시기였고 그 속에서 성장한 자본주의는 구소련체제의 붕괴와 함께 공산주의의 몰락을 볼 수 있었다.  하여 21세기가 오기 전에 구소련에 종속되었던 여러 위성국에서 탈공산주의와 자본주의화가 일어났고 일부 나라에선 아직도 진행형으로 안밖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몇 년전 미국행 비행기에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적이 있었다. 【태평양전쟁 중 일본군은 동남아 일대에서 약탈한 금을 금괴로 만들어 필리핀 정글의 여러 동굴에 은닉했고 일본군 장교의 집사였던 유일한 생존자가 당사 마르코스 대통령에 제보하여 일부 금괴를 찾아 스위스 비밀계좌에 예치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미국 레이건 대통령 시절(1981~1989)의 CIA(미정보국)에서 그 사실을 알아채고 마르코스 정부를 협박하여 나머지 금괴를 찾아서 미국으로 가져갔다는 것이었다.  이후 막대한 불로소득(수조 달러란다)이 생긴 미국은 NASA의 우주개발, 위성감시체계를 통한 핵우산, 미.소 상호 전략핵 감축(START)과 냉전체제 하의 첩보활동 등에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 미국의 막대한 자본에 의한 초극강 압박으로 체제경쟁에 시달리던 소련은 1990년 10월에 독일통일과 함께 1991년 12월에 소비에트 연방해체선언으로 이어졌다.】 이 사실은 미국정부에서 기간만료로 비밀해제된 문건을 참고한 다큐멘터리였다.


 하여 어찌보면 미국입장에서는 양극체제 종식과 함께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어 우선 목표의식이 없어졌고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 우위를 과시하고 세력을 유지할 필요성이 적어진 것이다.  물론 이후 20여년간 단일체제의 안정화를 위한 연착륙 기조가 이어졌다.  최근에 이르러서 그간 공산주의 체제의 맹주국이었던 러시아와 중국도 빠르게 자본주의화로 기울게 됨으로 그간의 연착륙 기간도 끝낼 필요가 생겼던 것이다.  중국은 꾸준한 자본주의적 개혁과 개방으로 인한 성장으로 경제규모가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어감에 따라 미국은 오히려 자국의 성장과 내실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미국은 전세계가 자본주의화로 맹렬히 달려감에 따라 진영유지를 위해 그간 쏟아 부었던 소위 우방국에 대한 군사와 재정지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국의 경제부흥과 자국민의 윤택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라는 국민적 명령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그간 연착륙 정책에 의한 지속적 재정고갈과 미국의 경제 침체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 트럼프라는 다소 엉뚱하고 돌출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 것이다.  하여 미국민은 그들의 지도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분명한 하나의 메시지는 외국과의 관계에서 제국의 품위 유지보다는 실리(實利)를 우선하여 미국이 실질적인 이득을 챙기라는 것이다.  같은 진영 내에서의 경쟁에서 먼저 우위에 있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국의 번영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배경으로 선택된 트럼프는 그 목적에 충실한 지도자이고 당분간 자국 이익 우선정책이 맹위를 떨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누군가는 트럼프의 기행(奇行)에 가까운 발언과 정책들이 그와 함께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런 세계사적 큰 흐름 속에서 미국민의 선택은 차기 지도자에서도 그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KW.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계 올림픽 그 씁쓸함에 대하여  (0) 2018.01.29
진정 통탄할 일  (0) 2018.01.08
우리는 자신을 잘 모른다.  (0) 2017.11.13
관행의 혁신  (0) 2017.10.11
누가 무소불위의 권력자를 만드는가  (0) 2017.10.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