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통탄할 일
〔부제 : 국정원 개혁]
2018.1.8(월)
년초부터 북한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 지난 1월 4일(목)에 재미교포 진천규기자가 작년에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거쳐 신의주와 평양을 취재한 동영상이 JTBC를 통해 공개되었다. 뉴스에 이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시간 가량 집중적으로 조명되었다.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를 거쳐 평양에서의 일상과 거리의 풍경은 예전 김대중과 노무현 시절 민.관의 교류가 활발할 때 이후 처음보는 것이었다. 북한체제에서 연출된 일상이거나 동영상 편집을 일부 의심할 수 있어도 더욱 놀라운 것은 남한의 소위 대북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그 심층 프로에 나온 소위 북한전문가들은 주로 학자, 교수, 기자, 전직 대북담당 국정원 고위 간부 혹은 공무원이었다. 그들이 그 동영상으로 보고 한결같은 멘트는 노무현 이후 깜깜이로 지낸 동안 북한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큰 성장이 있었고 그 중 스마트폰, 컴퓨터 같은 정보통신의 생활화와 평양에서 택시의 보편화가 너무 달라진 변화로 보였다. 기차에서 혹은 평양 거리에서 북한사람들과 인터뷰도 그랬다. 우리는 이미 그런 모습에서 틀에 짜인 뉴스나 보고형식을 넘어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소위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그런 직접적인 정보를 거의 받지 못했고 기껏 외신이나 미국정보 기관이 넘겨주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대부분 10년 전 낡은 대북 정보로 소위 전문가 행세를 했고 또한 우리는 그런 그들에게 안보 관련 자문을 받아왔던 것이다. 그러니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한번씩 할 때마다 제대로된 자료나 근거도 없이 추측성 멘트나 남발할 뿐이었던 것이다. 물론 보안법같은 현실적인 장애는 있었겠지만.
그렇다면 국정원(NIS)이다. 국정원이야 말로 대북정보와 첩보활동의 정점이 아닌가. 그들이 그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했다면 우리 대북전문가 조차 놀라는 북한의 변화를 사전에 읽을 수 없었을까. 정보활동을 제대로 했다면 긴박한 순간마다 진단과 대책이 제시되어야 하고 또한 국민과 전문가에게 공유하여 공국민적 공감과 씽크탱크를 통한 다양한 방안제시가 되어야 하지 않았겠는지.
아다시피 지난 두 정권에서 국정원은 인터넷 댓글로 대선개입, 정적과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포함), 특활비 뇌물상납, 간첩조작 등으로 권력의 호위무사 노릇하기도 바빴을 것이다. 년간 수천억에 달하는 세금을 증빙없이 감사도 없이 사용하며 기껏 그런 짓에나 썼던 것이다. 만약 CIA나 KGB, 모사드 등이 이랬다면 그 나라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참으로 천인공노와 함께 통탄할 노릇이다. 북한은 동족이긴하지만 엄연히 가장 큰 위협이고 국방의 적(敵)이 아닌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이라 했다. 반대로 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싸우기 전에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현대전에선 더욱 그렇다. 대체 그 대역죄를 어찌 할 것인가. 이게 과연 '국정원 개혁' 정도로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차라리 해체하고 다시 세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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