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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청춘(靑春)의 부재(不在)

by 홀쭉이 2018. 11. 13.

청춘(靑春)의 부재(不在)

2018. 11.13


가끔씩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놀라운 점이 있다.

우선 대부분이 그들의 근세 때 만들어지고 연주되었던 음악들이다.

헨델, 바하, 모짜르트, 하이든, 베토벤, 슈만, 슈베르트, 쇼팽 등등... 대체로 200~300년 전 사람들이다. 작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아직도 주옥같은 그들의 음악이 그 정도 오래된 것들이다.  그 시기 음악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학문의 기초와 분류가 그 때 움트고 정립되었다.


그 시기 인간 문명의 대폭발은 그간의 '신정(神政)사회'와 '절대왕정'이라는 구속상태에서 해방되면서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그 대폭발은 대혁명으로, 학문으로, 기술의 발달로, 예술로, 미지의 탐험으로, 전쟁 등으로 표출되었다. (그들 스스로 그 이전 시기를 '암흑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걸 누군가는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는 표현을 썼다. 그 모든 것의 공통분모는 인간 중심의 인간의 존엄성, 무한한 잠재력, 권리와 자유 같은 사상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역사에는 서양의 근세시기에 해당하는 기간이 너무 짧아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하여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복잡한 사회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그런 기초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더 이른 시기에 고민하고 겪지 못해 지금와서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하는 골치꺼리들 말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을 보면 더욱 심각해진다.

그들의 청소년기에 자연스레 고민하고 겪어야 할 일들을 접어두고 입시공부와 취업공부 그리고 먹고사는 일에 찌들어야는 현실이 그렇다. 어른들이 자신이 겪고 느꼈던 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너무도 잠잠하게 문제없이(?) 넘겨버린다. 오히려 그런 성장통을 겪는 정상적인 아이가 문제아 취급을 당할 정도다. 그들에게 '청춘예찬'(靑春禮讚)이란 말이 얼마나 배부르고 비현실적인 미사여구(美辭麗句)로 들릴까. (심지어 아파야 청춘이라는 말도 한다.)


우리 역사에서 청춘부재(靑春不在)로 인한 장년기에 닥친 고통과 혼란을 작금의 우리 아이들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냥 교육제도의 수정이나 개혁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기성세대가 그러한 역사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그 통한으로 달라져야 온전한 인간과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지.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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