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마블링과 뒷고기...
얼마전 다큐프로에서 스페인과 아르젠티나 글고 미국의 축산농가에게 한국소비자는 반가운 호갱이란다.
그들은 여태 소든 돼지든 도축을 하면 사지를 절단하고 내장과 뼈를 발라내 버리고 또한 지방이 많은 부위도 제거했단다. 말 그대로 선홍색 부위의 고기만 식용으로 했다. 그외 부산물은 모두 위생적으로 처리비용이 많이 드는 쓰레기. 근데 그런 것조차 한국의 수입업자가 들이닥쳐 사간다니 구세주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조상 때부터 그런 부위를 잘 먹었을까. 그런 뒷고기는 주로 푸줏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품삯 대신 혹은 주인 몰래 빼돌려 먹었던 구전이 있다. 양반들은 천한 것들이나 먹는 것이라 멀리 했단다.
삼겹살의 유래도 70~80년대 선홍색 부위는 수출하고 지방이 많아 값싼 부위를 긍정적인 작명법으로 포장하여 즐겨 먹기 시작했단다. <부대찌개>와 비슷한. 주한미군의 야전식인 <C레이션>도 별미로 여길 정도.
예전에 못들어 본 마블링도 그렇다. 적당한 지방량은 고기를 부드럽고 고소하게 하지만 우리의 마블링은 선홍색 고기 부위 만큼이나 하얀색의 지방부위를 원한다. 그러니 일부러 야생의 풀보다 인공사료를 먹여 지방이 많은 가축을 선호한다. 호주나 뉴질랜드 산 청정우보다 지방이 많은 미국산 소고기가 더 인기가 높다.
내가 어릴적 밥상은 그야말로 풀밭이었다. 곡류인 밥과 반찬은 죄다 김치 아니면 야채류. 그러니 기름기가 있는 고기가 절실했다. 고기를 덩어리 채로 뜯어 먹었던 적이 없었다. 평소 기껏 고기 한 토막을 잘게 썰어 넣어서 끓인 멀건 고깃국을 먹는 것도 호사였다. 그때 국물에 둥둥 뜬 동그란 고기기름은 귀한 영양분. 이른바 흰쌀밥에 고깃국. 그런 시절 나타난 것이 <라면>. 쪼글쪼글한 면발에 기름이 둥둥 뜨는 라면국물은.. ㅎㅎ. ''국물 한 숫가락만...'' 하며 치근대게 만들었다. 면을 건져먹고 남은 국물은 당연히 식은 밥을 말아 먹었다. 당시 지방섭취가 태부족이었던 많은 사람들은 라면을 먹고 설사를 하기도 했다. 초식인간의 위장이 놀란 것이다.
삼겹살, 마블링, 순대니 머리고기니, 곱창, 내장탕, 꼬리곰탕, 껍데기 그리고 씨레이션과 부대찌개... 우리의 슬픈 먹거리사이다. 그런 우리가 G20, OECD, 30-50 클럽이라니... 웃프고도 자랑스런 우리의 현대사이다. KW
'미셀러니(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 (0) | 2019.07.17 |
---|---|
2019 윔블던 결승 (0) | 2019.07.16 |
찬미하라. 봄비 !!! (0) | 2019.03.21 |
아메리카노(Americano) (0) | 2018.09.09 |
역사 바로 알기_2차 대전사 (0) | 2018.02.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