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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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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신변잡기)

사자와 마사이

by 홀쭉이 2020. 3. 25.


사자와 마사이

2020.03.24


세렝게티나 아프리카 대초원의 국립공원에서 사자를 보고 이 글을 쓰려고 했다.


사자는 지구상 크게 두 종이 있다.

아프리카 사자와 아시아 사자다.


<아시아 사자>는 멀리는 그리스, 터어키 등에도 있었지만

주로 이란 동부, 파키스탄, 인도 서부의 사바나 지역에 서식했고

지리적으로 연결된 중동의 사막을 건너 북 아프리카까지 이동했으니

생물학적으론 하나의 아종으로 분류한단다.






전세계에서 아프리카의 동식물의 생태가 가장 비슷한 인도에는

북서 쪽으로 초원과 사막지대에 사자가 살았고 북동 쪽으로 정글이 있었던

산악지역에는 호랑이가 살았다.

아마도 백수의 제왕이라 부르는 두 맹수가 같은 나라에 서식하는 곳은 지구상에 인도 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 사자들이 주로 로마시대 검투사와 대결도 하며 사람들의 노리개가 되었고

남획에 의해 거의 멸종 상태가 되었다.

(지금은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과 이란 접경지역의

보호지역에 불과 수십 마리만 생존한다.)


인도에서 발현하여 중국을 통해 전래된 울나라 초기 불교 유적에도 사자상이 더러 나오는데

사자를 직접 보지 못하고 상상으로 그렸고 조각했기에 다소 귀엽고 익살스런 면이 있다.

내가 본 것 중 구례 화엄사 쌍사자 석등이 울나라 사자상 중 제일 거대하고 위엄있는 모습일 것이다.

인도 문화권인 인도차이나 반도의 힌두교와 불교 유적에는 어김없이 사자가 조각되어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는 지리적으로 호랑이가 살았지만

그들의 유적에는 호랑이는 거의 보이지 않고 사자만 보인다.
(캄보디아 앙코르왓에는 거의 원숭이 아니면 사자상이다.) 

 

우리가 보통 <아프리카 사자>라 하는 종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대초원 지대인

콩고와 케냐, 탄자니아와 남쪽 끝인 남아프리카까지 서식하는 종이다.

일명 <마사이 사자>라 부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북아프리카는 사실상 우리의 상식에 있는 순수 아프리카가 아닌

아랍과 유럽의 역사와 문화권에 있다.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등은 인종도 아랍계이고

역사적으로 아랍, 유럽, 인도와 교류가 많아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전혀 아니다.

인종이나 종교 문화적으로 거의 아랍계라 간주할 것이다.

하여 아프리카 내에서도 각종 국제기구나 회의체에서도 적도 부근의 중앙 아프리카

혹은 이남의 아프리카 국들과는 입장이나 목소리도 전혀 다르다.

(이집트도, 튀니지도, 이디오피아도, 북아프리카 아랍계 무어인도

이미 고대와 중세에 이르기까지 유럽, 아랍과 교류하고

한 때 유럽을 정복하기도 했던 역사의 주역이었다.)


아프리카 사자를 <마사이 사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프리카 부족 중 마사이 족은 용감한 전사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전역의 초원지대에 분포한 마사이도 지역 별로 종족이 다르고

생활습성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가축들을 유목하며 초원지대를 이동하며 살아간다.

아직도 그들 종족 주류는 그렇게 살아간다.

탄자니아에서 차로 달리다 보면 저 멀리 초원에 마사이 남자가

가축들을 이끌고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마사이족이 사자와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사자는 초원에서 그들의 가축과 비슷한 동물(들소나 영양같은)들을 먹이로 하기에

사자가 그들의 가축을 잡아먹기 일쑤였다.

용감한 마사이 부족의 젊은이들은 무리지어 사자를 쫒아내다 더러 사자를 사냥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자를 쫒아내거나 죽인 젊은 남자는 용감한 지도자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마사이 부족의 삶을 보면 사자무리가 사는 모습과 아주 흡사한 면이 있다.

사자는 대체로 대장 숫사자를 중심으로 3~10마리의 암사자를 거느리고 그의 새끼들과 함께 무리를 이룬다.

내 어설픈 상식보단 위키피디아 설명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프라이드(Pride)…  이것이 사자의 위용을 대변해주는 단어다.

그 중 무리 규모가 더 큰 것을 수퍼 프라이드 (Super Pride)라 부른다.

"Take Pride"는 어런 뜻이 내재되어 있지 않을까.

사자의 무리를 이루어라.

사자의 위용을 갖춰라.

사자의 자신감을 가져라.



세렝게티에 사는 마사이도 이와 비슷하다.

남자의 가축보유 능력이나 용맹함에 따라 2~5명 정도의 여자와 짝을 지어

자녀 20명 정도와 같이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여자는 한 마당에 각자 다른 움막을 빙 둘러 지어 자식들과 공동생활을 한다.

남자는 이 움막 저 움막을 밤마다 옮겨 다니며 잠을 잔다.


어떤 가이드는 마사이 남자는 사냥과 전쟁에서 전사로 많이 죽기에

종족보존을 위하여 자연스런 선택이라고 하지만 사실 아프리카의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면 마사이나 그곳 다른 동식물도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여러 동물 중 하나로

서로 영향받고 닮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프리카 사자도 지역마다 덩치나 생활습성이 차이가 있단다.

세렝게티 초입의 대분화구 분지의 <응골응골 사자>는 그곳 식생이 워낙좋고 먹잇감이 풍부하여

덩치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크고 발육상태가 좋단다.

숲이 적은 초원지대 사자는 주변이 노출되어 주로 무리를 지어 사냥을 잘 하고

나무 그늘 아래 무리를 지어 쉬거나 잠을 자는 편이고

반면 숲이 있는 만야라 국립공원의 <만야라 사자>는 덩치가 약간 작은 반면 놀랍게도 나무를 탄단다.

하여 그쪽 사파리를 하면 사자가족이 큰 나무 위에서 쉬는 모습을 흔히 본단다.


아마도 식민지 개척으로 들어갔던 근세의 유럽 과학자들에겐

그들 인간의 뿌리와 진화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신천지였을 것이다.


그냥 자연에 관심있고 약간 호기심 많은 나같은 아마츄어에게도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런 것이 더러 보였다.


인제 글로벌 탐조가가 되어가는 기수형에겐 아프리카의 새에서 그런 발견을 하지 않을지.

내가 탄자니아 아루샤의 사키나 집 부근 숲에서 찍은 몇몇 새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자

기수형은 흥분하며 탄성을 질렀다.

이미 아시아, 남태평양, 인도, 중남미의 새들을 관찰했고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

올 여름 코비19 사태가 진정되고 관광이 재개되면

탄자니아와 마다가스카르를 한 달 동안 다니며 적어도 새에 관한 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겠단다.





아프리카는 추정 가능한 인류의 발상지이자 여전히 진화 중인 낙원이다.

태초의 모습이 남아 있다면 그곳엔 아직도 빛과 생명이 있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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