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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러니(신변잡기)

도시의 매미

by 홀쭉이 2009. 11. 27.

도시의 매미

 

2009.11.26(금)

 

1.                

 

지난 8월 한여름 주말에 친구들과 경기도 남양주의축령산 등산을 하면서 들은 말이다.

 

매미가 큰 소리로 울어대는 것은 짝을 찾고 유혹하는 짝짓기의 행위라고 한다.  근데 같은 매미라도 도심에 사는 매미와 산골의 매미는 소리내어 우는 크기가 서로 다르다 한다.  도심의 매미는 도심의 소음과 빌딩이 가림막을 만들어 전파성이 떨어져 한적한 산골의 매미보다 훨씬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에너지 소모량이 크니 도심의 매미는 불과 일이주 정도 살다 죽고 산골의 매미는 그 두배를 산단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도시화 정도가 낮아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시골에서 살았다.  시골에 살 면서 아침에 들이나 산에 일을 하러 나가거나 놀이를 할 때에도 어른들로부터 차조심 혹은 사람조심 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집안어른들은 아침에 출근하는 자식들이나 학교에 나가는 손자들에게 자나깨나 사람조심, 차조심을 말씀하신다.

 

하여 도심에 사는 것에 따른 이런 기본적인 주의부터 살아가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  결국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다. 

 

도심의 매미   그들은 도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고 분신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도심의 위태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내가 지를 수 있는 최고의 괴성으로 악을 쓰며 맴맴 거리고 있다.

  

2.   

             

몇주전 인생 100세 시대의 자산관리라는 강의를 시청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현직 미래에셋 연구소장인 강사는 재테크보다는 내용의 많은 부분을 은퇴하여 어떻게 소일하며 죽음을 맞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 할애하고 있었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데 돈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보다는 은퇴 전 꽉 짜여진 일상에서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상황에 대한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여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 아니면 소액의 보수를 받으면서 소일을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들던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씁쓸한 것은 아담의 형벌로 혹독한 밥벌이의 고통을 치르고 해방된 은퇴자가 소일거리를 찾아 고민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인간은 스스로 닭짓을 한다. 

 

굳이 도시를 만들어 복닥거리고 살며 스트레스를 받고 그틀에 맞게 악착같이 살다가 그틀을 벗어나자 마자 퇴물이 된다.  도시는 그들을 더 이상 반기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부양해야할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도시인은 매미처럼 스스로 위태로운 나뭇가지에 붙어 악을 쓰며 울고 있고 비오는 흐린 저녁 무렵 기력을 잃고 떨어져 보도에 나뒹군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한 닭짓을 한다.

 

그들의 다른 이름은 도시의 매미.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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