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왜곡
요즘 야생에선 가을 짝짓기 시즌이다. 짝짓기에 밀려난 수컷들이 홀로되어 굶주리다 더러 산 아래 민가로 내려와 먹이를 찾다가 로드킬 혹은 사살을 당하기도 한다.
최근 녹지보존과 환경보호 의식 고취로 울나라 숲과 습지에 야생동물의 밀도가 높아 진단다. 긍정적인 변화이긴한데 인간에 의한 왜곡된 종의 분포를 보인다. 예전 주곡인 쌀생산에 치중하니 벼에 기대어 자라는 메뚜기, 고동이나 기타 곤충 글고 참새, 제비와 물새들이 많았다. 그래서 농약을 과다하게 살포하여 그런 동물들이 거의 없어졌다가 요즘은 쌀 소비량이 줄어 농약을 줄이니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 한 야생동물 연구단체가 조사한 바로는 한국이 멧돼지와 고라니의 밀도가 세계 최고란다. 반면 같은 숲에 사는 야생동물이지만 뿔이 달린 사슴류는 제주도 한라산 일대의 보호구역을 제외한 육지에서는 없어졌단다. 멧돼지와 고라니는 상위 포식자인 여우나 늑대 글고 호랑이가 없으니 마구 불어나고 뿔 달린 사슴류는 고놈의 녹용 때문에 인간이 사슴 멸종의 주범이란다.
아프리카 국립공원 사파리를 하면 우리가 예전 동물원에서 보았던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지만 밀도는 그리 높지 않다. 특별히 이동기에 한꺼번에 수천 수만 마리를 보지 않는다면. 글고 흔히 어미와 새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새를 즐겨 보는 탐조인 친구들은 말한다. 그들 중 고수는 몇 종의 새를 보고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로 정한단다. 남한에서 모든 텃새와 철새를 더하여 대략 550여종 중 300종 이상을 보고 구분하면 고수란다. 오다 말다하는 철새도 있으니 400종을 보았다는 사람은 불과 몇 명 정도란다. 그들에겐 종의 다양성이 중요하고 생태 건강성의 바로미터로 평가한다.
그들은 같은 종의 새를 봐도 어린 유조(幼鳥)보다 어미새인 성조(成鳥)를 더 반갑게 맞이 한다. 성조와 유조가 같이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유조가 번식이 가능한 성조가 되기엔 자연의 가혹함으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동남아 몇 나라에 탐조인 친구따라 새를 보러 가면 생각보다 그곳 숲이나 습지에서 새의 밀도가 낮다. 나는 바글거리는 새떼를 기대하며 툴툴 거리는데 그들은 드문 드문하지만 다양한 종을 보았다고 흥분했다. 더구나 숙소 정원과 부근 계곡에서만 수십 종을 보았다고 희희낙낙이었다. 울나라에선 거의 멸종한 몇 종의 뜸부기가 시골 집 마당의 닭처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흥분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단일 종류가 많은 것도 감지덕지지만 다양한 종류가 균형을 이룬 것이 건강한 생태계다. 상위 포식자와 차상위 등 하부 종의 적정한 수와 밀도를 유지하는 균형있는 먹이사슬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최상의 포식자인 인간이 줄어 종 간의 적당한 수와 밀도를 유지하도록 그들에게 공간을 내줘야만 가능한 것이다. 글고 그것이 작금 남한 땅에서 '인구자연감소'란 이름으로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2020년 3만명 자연감소)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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