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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헬 문자(文字), 한자(漢字)

by 홀쭉이 2021. 12. 15.

헬 문자(文字), 한자(漢字)

중국 고전을 읽다 보면 어문학을 공부한 내겐 중국어 <한자>가 새삼 난해하고 지독하게 불완전한 문자임을 실감한다.

뜻글자로 함의적이다 보니 단 몇 글자로 문장을 만들고 뛰어쓰기가 없어 한 줄에 몇 문장이 들어간다. 그 심오한 사상과 철학이 있다는 <도덕경>이 불과 5천자로 되어 있고 <논어>도 대략 만오천자다. 거기다 불교사상의 핵심이란 <반야심경>은 불과 262자 밖에 되질 않는다.

반면 그 해설서는 수 백 페이지를 넘고 결을 달리하는 해설서만 수십 수백 가지에 이른다. 때론 해석이 정 반대인 경우도 있어 역사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가령 조선 중기 노론과 소론 간에 중용(中庸)의 해석을 두고 주자(朱子)와 다른 독자적인 해석으로 <사문난적(斯文亂賊)> 사건이 벌어졌고 이를 빌미로 예송논쟁으로 번져 피바람이 불었다. 양측 모두 관련자 대부분은 여러 해를 이어 삭탈관직에다 사형을 당하거나 유배의 고초를 겪었다.

단순한 해석이나 관점의 차이로 볼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너무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으니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 게다가 원문에서 동일 발음 다른 글자의 오타까지 감안해서 해석을 하니 이건 뭐 작자가 나서 해명을 해주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예. 爲과 僞)

중국문화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은 조선과 한국이 문자로서 <한글>을 발명하고 사용하는 것은 정말 위대한 사건이자 싻수있는 민족의 상징이다. 예전 서양인들이 동양의 강자로 부상하는 중국, 한국과 일본을 구분하기 힘들다 했는데 나는 어문학 전공자로서 감히 말하겠다. 한국인은 한국의 말과 그것을 체계화시킨 문자로서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라고. 글고 한글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데 아주 완벽한 문자라고. 또한 중국의 한자와 일본의 여러 짬뽕문자와는 완전히 다른. (실제 중국과 일본인들은 그들의 문자체계에 상당한 불만이 있단다. 그것이 그들의 발전을 막는 요인으로도 말이다.)

하여 짧은 원문 <논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대 유명학자의 해설서 수 십권을 읽어서 종합해야만 공부 좀 했다 할 것이다. 기껏 당시 군주와 상위 계층의 '정치철학' 내지 '처세술'을 언급한 책에 이토록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버럭 짜증이 난다. KW

PS.#1. 조선 중기 대 정치인이었던 송시열은 조선에서 유일하게 공자 제자의 반열에 드는 <宋子>의 존칭을 받은 대 유학자였다. 그런 그도 주자의 해설을 두고 상대파인 노론의 탄핵을 받아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절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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