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없는 한국 불교
절에 가면 대웅전을 오르는 계단에서 우리 불교계의 부정적 단면이 보인다. 한 가운데 계단은 큰 스님 혹은 주지 스님의 전용 길이라 막아 놓은 것이다. 대체로 그 계단만 장식도 있고 더 고급진 통석을 사용한다. 방문객이나 기타 스님 용 좌우 계단은 밋밋하다. 대웅전 정면으로 난 문(門)도 그렇다. 일반 신도나 스님들은 옆으로 난 쪽문으로 출입하도록 구분한다.
왕궁이나 왕능의 제실도 그렇다. 왕과 제주는 홍살문을 지나 제실과 능이 바로 보이는 중앙의 길을 따라 걷고 다른 사람은 차별을 두어 양 옆 계단과 길로 다녀야 한다.
그런 속세에서의 서열, 계급의 차이가 굳이 절에 있어야 할까? 부처가 살아 생전에 그런 특별대우를 누렸거나 제자들에게 요구했을까. 부처가 용맹정진 끝에 대각견성을 하고 높은 경지에 이른 것은 그의 생전 행적 때문이었다. 평생동안 매일 아침 도반들과 같이 인근 동네에 내려가 탁발을 하여 끼니를 때웠고 그들과 같이 숲속의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잤고 철저히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그런 실천적 삶에 기인한 경지이고 그것을 존경하며 신앙으로까지 추앙하는 것이다.
엊그제 강남 코엑스에 갔다가 들른 봉은사엔 여기 저기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몇 일전 정청래 의원의 불교사찰 통행세 폐지 법안 관련 발언으로 불교계는 발끈했고 대선을 앞둔 민주당은 사과하며 연신 납짝 엎드리고 있다. 원래 법안에 대한 취지는 어디 가고 '봉이 김선달' 발언만 강조되어 불교계의 보복 규탄의 목소리만 들린다. 우리 불교계의 수작이다. 그 발언으로 협박하여 법안을 철회토록 하는 것이다.
불교가 융성했던 삼국시대나 고려 글고 겨우 명맥을 이어온 조선시대에도 없던 '사찰 통행세'다. 한 정치인의 '봉이 김선달' 비유로는 약하다. 그냥 '산적' 혹은 '날강도'라 할 것이다. 그것이 21세기 자본주의 시대 진화한 오늘날 한국 불교의 민낯이다. 추잡하고 비루하다. 기름끼 번들거리며 비계덩어리를 덜렁거리는 우리 불교계의 본 모습이다. 역겹다. 부처의 행적과 불경을 공부하면 할 수록 우리 불교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어찌 할 수없다. KW
PS. 아래 사진은 부산 범어사 대웅전(위)과 왕능의 제실 계단(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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