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건기는 결혼 시즌이고 정부나 사업자에겐 토목과 건설 사업 시즌이다. 아마도 농경문화의 영향으로 우기엔 농사를 짓고 건기인 농한기에 결혼식이든 건설,토목 사업을 벌이는 것같다.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에 해는 쨍쨍 내리쬐고 거의 넉 달을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으니 산하가 몹시 메마르다. 우기엔 물과 전쟁이지만 건기엔 먼지와 전쟁이기도 하다. 건기에 사람들은 농촌에선 화전으로 도시에선 쓰레기를 태우느라 검댕이가 날려 매일 청소해도 지저분하다. 먼지와 쓰레기를 태우는 악취는 여기 사람들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여 수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요즘 도시나 시골에선 유난히도 결혼식이 많다. 우리처럼 결혼식장에서 하면 그리 못 느낄 수도 있는데 대게 자기 집 앞 도로를 막아놓고 큰 텐트를 쳐서 연회장을 설치하여 몇 일간 떠들썩한 연회를 벌이니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보통 전문 경조업 회사를 불러 평소 교통량이 제법 많은 도로를 막고 그 위에다 길다랗게 핑크빛 거대한 천막을 치고 그 안에 무대와 연회장을 만들어 하객을 맞이하며 잔치판을 벌인다. 대게 3박4일 정도인데 넉넉한 집에선 5박6일까지 한다. 밴드와 가수 및 무희를 불러 밤새도록 노래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지난 달엔 경찰 고위간부인 이웃집에서 큰 딸의 약혼식에도 그랬다.
장례식도 그렇다. 도로를 막고 천막을 치고 행사를 치르는 것은 차이가 없다. 단지 천막을 하얀색으로 치장하고 스님을 불러 극락왕생을 비는 염불이나 게송을 한다. 결혼식보다 일찍 새벽부터 시작된다. (이것 땜에 잠을 깬다.) 징과 괭과리 비슷한 타악기의 요란한 소리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유족들이나 하객의 곡소리나 애통해하는 모습은 거의 보거나 들을 수 없다. 이방인에겐 慶事인지 弔事인지 언듯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암튼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대단히 화려하고 거창하다. 다른 개도국에서도 그렇겠지만 그들 형편에 큰 무리임에는 틀림없다. 더러 그런 비용 부담으로 결혼식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가정도 있단다. (그래선지 한국 사람과 국제결혼을 하면 캄보디아와 한국 양쪽에서 치르는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모두 한국 신랑과 신부의 몫이다.) 얼굴 화장이나 몸의 치장이든 결혼식 행사장의 치장이든 대게 1회 용이다. 그 순간만 예쁘고 화려하면 된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그 얼굴이나 행사장을 판단했다간 낭패당하기 일쑤다.
그들에겐 미풍양속이겠지만 경조사 모두 이만 저만한 민폐가 아니다. 특히 가까이 있는 이웃에겐 더욱 그렇다. 우선 그 길 옆에 있는 가게는 도로를 막아 통행을 제한하니 그 기간 동안 문을 닫거나 부분적인 영업을 해야 한다. 아예 관할 경찰서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행사를 위하여 도로 앞뒤에 바리케이드와 통행금지판을 설치하여 우회를 안내한다. (놀라서 자빠질 판이다.)
그 기간 동안 동네 이웃은 하루 종일 고성방가에 시달리고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발전기의 엔진소음에 귀가 먹먹해진다. 글고 음식냄새다. 조리하면서 나오는 하수는 그냥 길 위에서 줄줄 흘러 내리고 자그만 도랑이 생길 정도다. 저녁이나 주말엔 하객이 타고온 차량과 오토바이로 인근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북새통이다. 1회용 용기를 많이 사용하니 행사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가 장난이 아니다. 하여 아예 차량견인이 가능한 큰 쓰레기통을 갖다 놓기도 한다. (아마 이것도 관할 구청에서 설치?) 거기다 뭐든지 잘 태우는 습관에선지 연일 불을 피워 검댕이를 온동네로 날려 보낸다. (그래서 나는 2층 테라스 사용을 포기할 정도다.)
이런 것도 그들의 생활방식이고 문화인지라 예전 여행자들은 적극 참여하여 그들과 같이 희비애락을 나누기도 했지만 요즘은 다소간 거리를 둔다. 괜히 붙잡히기 싫어 피하는 편이다. 세 집 건너 이웃집에서 이번 주 내내 벌어지는 결혼식이 빨라 끝나길 바랄 뿐이다. 자고 일어나 씻고 곧 바로 멀리 카페로 달려가 하루 종일 밍기적 거리다 저녁까지 먹고 잘 때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간다. 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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