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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돌아댕기기)

캄보디아 뜨내기_32 (캄보디아의 미래?)

by 홀쭉이 2024. 4. 5.
캄보디아의 미래?

 

여기 캄보디아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무척 답답하다.
 
겉으론 지난 수십 년 간 심각한 정변도 없었고 지난 코비19 기간 외 매년 거의 6%에 이르는 성장세를 유지하니 평온한 가운데 약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한국에선 캄보디아를 기회의 나라로 소개하며 현지 진출을 부추기는 홍보 동영상이 난무한다. 국제결혼 추천도 그렇다.
 
 

여기서 봉사하는 동료단원들이 연장을 하지 않고 귀국하는 중요한 이유가 열대지방 기후 부적응과 현지인의 생활방식과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불편함과 답답함이다. 기후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현지인과의 관계는 노력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니 기대하지만 번번히 좌절한다. 마음 속에서 내려 놓자고 백번이나 되뇌이지만 현실에선 조급증과 분노가 치밀어 그걸 삭이느라 속병이 들 정도다.

 

지난 주말에 한 학생이 뜬금없이 텔레그램 문자로 다음 주 수요일에 수업을 하느냐고 물었다. 달력에 국경일도 아니고 학교에서도 아무런 통지도 없어 동료교사에게 물었더니 별 일없고 정상수업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학생에게 그리 답했고 이번 주 수요일에 아침 6시 50분에 출근하여 7시부터 수업을 준비하며 학생을 기다렸다. 근데 30분이 지나도 교실에 학생은 오지 않고 운동장에서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들어 웅성대며 무대를 설치하고 밴드까지 동원되어 무슨 축제를 준비하는 듯 보였다.

 

조금 있으니 학생들끼리 하얀 분가루같은 것을 서로 던지며 학교에 온통 희뿌옇게 먼지를 날렸다. 그런 모습을 2층 교실에서 내려다 보며 2시간 수업을 공쳤다. 동료교사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본인도 잘모르겠다며 그냥 운동장에 내려가서 그 축제를 즐기라고 한다. 이런 기가 막힐...

 

이번 주 내내 관공서나 학교가 정상 운영이 안되고 일부만 나와서 문만 열어 놓고 있는 듯 보인다. 왜냐고 물어보니 '청명(淸明)' 주간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하거나 절에 가서 조상에게 기도한다고 한다. 여기 달력을 보면 그런 국경일은 없는데도 일선 학교나 관공서에서 학생이나 직원이 대놓고 결석을 한다. 작년 '프춤번'(한국의 추석?)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식적으로 3일간 휴무인데 거의 2주 정도를 파행적으로 운영했다. (그때도 학생 1~2명과 우두커니 교실을 지키며 몇 일간 공쳤다. 비공식적으로 쉬니 아무도 제대로 내게 사전에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열흘 후 다가오는 여기 최대 명절인 '쫄츠남(캄보디아 설)'에는 또 얼마나 긴 파행이 벌어질지...

 

여기 청소년센터에 오는 대학생들 대부분이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여 준비 중이다. (대졸자가 취업할 수 있는 직장이 별로 없는 편이다.) 한데 지난 2년간 선발을 하지 않아 수험생들이 좌절과 혼란에 빠져 있다. 평소에도 20~30대 1의 경쟁율인데 무려 2년간 선발을 하지 않았으니... 그러고도 지난 2월에서야 수험생 접수를 하고 아직도 시험 일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초중등 교사 연수원(PTTC, RTTC)에서 봉사하는 단원들은 학생이 없어 그냥 공치고 있다. 인근에 있는 거기 연수원에 가보니 잡초가 무성하고 건물엔 먼지로 덮혀 있었다. (한국에선 폭동이 일어날 일이다.)

 

여기 건기에 벌어지는 대부분의 대규모 토목공사나 건축공사는 해외차관이나 외국인 투자사업이다. 왠만히 번듯한 관공서나 학교에는 중국, 일본과 한국 혹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지어줬다는 명패가 붙어 있다. 심지어 국기 게양대에 일본이나 중국 국기를 같이 게양하는 곳도 있다. 지금 여기 깜퐁참 시내 전역의 도로를 파헤쳐 상수도 공사를 벌이는데 그들도 실적증빙을 위해 공사구간 사인보드를 들고 사진을 찍는데 다가가 보니 ADB(Asia Development Bank) Loan - ADB차관사업- 이다. 작년 4월에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 올림픽(SEA Game)'은 한.중.일의 차관으로 거의 모든 경기장과 스포츠 타운을 건설하여 성공적으로 치렀단다. 전국의 모든 관공서와 학교가 한 달 간 휴무를 하며 그 행사를 지원했단다.

 

작년 가을부터 신규 오픈한 관광도시 씨엠립의 국제공항은 중국에서 투자하고 건설하여 공항운영권을 중국기업에 넘겨줬단다. 그래선지 중국과 베트남에서만 직항이 있고 아직 다른 나라는 그들 나라를 경유해야 한다. (졸지에 예전 그 많던 한국에서의 직항편이 하나도 없다.) 지난 1월에 씨엠립에 갔더니 시내에 온통 중국과 '선린우호'를 환영하는 플랙카드가 붙어 있었다. 심지어 '중-캄 운명공동체'란 문구도 있었다. (아래 사진 참고)

 

앙코르왓 유적을 안내했던 현지 가이드는 작금 유적지 입장료가 왜 그리 비싼지를(1일권 37불, 3일권 62불, 7일권 72불) 설명하며 그 수입을 베트남 정부가 관리를 한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캄보디아 정부의 재정운영에 베트남 정부가 관여한다고 한다. 지난 폴포트 정권 당시 군 장교로 있었던 '훈센'과 '행삼린'이 반란에 가담하여 베트남으로 피신했다가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무력점령하자 금의환향하여 베트남의 지원 하에 친 베트남 정부를 수립했다. 그 둘은 초기엔 공동수반 체제에서 이후 총리(훈센)와 국회의장(행삼린)으로 지금까지 38년간 통치하고 있다. 하여 지난 1999년에 베트남이 제안하여 시행되고 있는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3국간 개발3각지대(CLV DTA)'는 맹주인 베트남이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합쳐 '베라캄 연방국'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예전에 그런 시도를 했으나 중국과 미국의 견제로 흐지부지 되었다.) 처음엔 3국의 베트남 국경과 인접한 4개 주만 해당했으나 2018년 10차 회의에서 3국 정상이 모여 전국의 모든 주에 걸쳐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EU와 비슷한 경제통합을 시도 중이다. (아래 사진 참고)

 

국제사회에 공짜 점심은 없다. 선진국들이 도와주는 척 하지만 댓가없이 무작정 퍼주진 않는다. 이미 많은 주요 도시에 번듯하게 서있는 건물이나 메콩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은 차관이나 외국인 소유이고 관광사업, 광물 채굴권 혹은 시설운영권을 이미 외국에게 넘긴 것이 대다수다. 혹자는 이 나라에 외국계 은행이 많이 진출해 있는 것을 보고 금융선진국이니 뭐니 오버하는데 사실은 그들의 자금세탁 목적이 크다. 한국계 은행만 13개가 들어와 있다. ('우리은행'은 지점이 150개가 넘는다.)

 

물론 세계 최빈국이니 발전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 후 지속성장 가능성은 내 관점에선 아주 낮다. 벌써 주요 선발 진출국이 다 뜯어먹고 껍데기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가게에 상품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잘 팔려서 라기보다 공급자가 밀어내기로 잔뜩 재고를 쌓아 놓아서 그렇다. 특히 신규 진입자가 더욱 그런 물량공세를 한다. 개인소득 2천불도 안되는 최빈국에 고급차 '렉서스'와 '혼다' 오토바이가 아주 흔하다. 가격을 물어보면 한국보다 30% 이상은 비싸다. 그런데도 그리 많이 굴러다니는 것은 전국민을 빚쟁이로 만드는 것이다. (5년-60개월- 할부라도 공무원 월급으로 감당불가다. 공무원 평균 급여가 350불 정도이니) 결론적으로 정부나 개인 모두 빚쟁이고 껍데기만 남아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나라를 지원하거나 투자를 할 때 이런 면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나처럼 번번이 공치는 일이 적어야 할 것이다. KW
 
 
 
PS1. 캄보디아의 총생산에서 외국의 투자나 원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그들의 동향에 따라 경제가 흔들린다. 특히 대부분의 투자와 원조가 프놈펜, 씨엠립, 시아누크빌같은 수도 혹은 관광도시로 몰리니 작금 그 외 지방의 경제는 무척 어렵다. 여기 캄보디아 중부지방 깜퐁참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지만 시장의 가게 1/3 정도가 아직 문을 닫은 상태이고 동네엔 빈집이 즐비하며 매매나 월세를 놓는다는 표시판이 흔하게 보인다. 지난 코비19 동안 폐쇄됐던 제법 대규모 공장들이 망하여 새로 인수하는 업체도 없어 방치되어 실업자가 너무 많다. 농업국이라 시골에 돌아가 농사를 지으면 되니 겉으론 그리 심각해 보이진 않는다.
 
PS2. 훈센 총리가 폴포트 축출 이후 38년간 집권했고 작년 총선에서 95%의 지지를 받고 재신임 받았지만 아들 '훈센마노'에게 총리직을 승계했다. (지금은 고문으로 실질적인 상왕 노릇을 한다.) 그럼에도 이 나라 사람들한테서 '독재'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외국에서도 캄보디아를 '독재국'이라 비난하는 나라도 별로 없는 것같다. 지난 폴포트 정부에서 벌어진 '킬링필드'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한지 현 정부의 장기집권은 그들에게 인내할 만한 수준인 것같다.

PS3. 우리의 과거 군사정권 시절엔 나라를 잃었던 설움이 커선지 전체주의적인 경향이 강했다. 나라의 번영이 개인의 행복과 안위를 지킬 수 있다는 사회분위기로 개인은 국가나 조직을 위해 다소 희생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태도가 기본적인 소양이었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놀랍도록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소속감이나 유대가 생각보다 약하다. 겉으론 아닌 척해도 자신의 이익 앞에선 너무 쉽게 꼬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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