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온 첫날에 현지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고 직불.신용 겸용 카드를 발급했다.
글고 그 자리에서 은행앱을 깔았다. 의외로 은행앱은 보기에 깔끔하고 편리해 보였다. 기본적인 은행업무의 메인 메뉴 아래로 스마트폰 데이터 구매나 온라인 상품거래 뿐만 아니라 시외버스와 배 표나 극장표, 도서구입, 공과금 납부와 공공기관 싸이트 연결 및 증명서 발급 등이 가능했다. 가게나 식당에서 지불시에도 거기서 내미는 QR코드만 읽게 되면 자동적으로 지불이 완료됐다. 한번은 관광지에 놀러 갔다 ATM에서 직불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려다 조작실수로 기계가 카드를 삼켜서 난처했는데 앱에서 카드정지를 하고 몇 일을 기다리니 집 근처 은행지점에서 연락이 와서 잃어버린 카드를 되찾았고 스마트폰 앱에서 정지된 카드 활성화를 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헐.. 이 나라에서 이런 편리를...
캄보디아는 지난 1970년대 말 폴포트 정권 하에서 '킬링필드'을 겪고 이어 벌어진 베트남 전쟁으로 무력점령을 당했던 악몽이 있었던지라 산업화와 자본주의화가 가장 늦은 편이다. 그래서 외국의 투자를 통한 산업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금융개방 정책을 시행했다. 달러는 자국 화폐인 '리엘'과 같이 일상에서 사용되고 정부가 환율을 통제하여 거의 고정환율에 가깝다. 그런 잇점 때문에 외국에서 캄보디아로 달러를 송금하면 수수료나 제약도 거의 없고 반대로 외국으로 송금할 때도 그렇다. 그러니 왠만한 나라의 은행들은 거의 다 들어와 있다. 한국계 은행도 무려 13개나 들어와 있고 전국적으로 많은 지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점이 150여 개에 이른다.) 수도 프놈펜과 여기 지방 중소도시인 '깜퐁참'에도 은행 건물이 참 많다. 왠만히 번듯하고 간판 큰 건물은 관공서 아니면 은행인 것같다.
이 나라의 총인구 1,680만명, 개인소득 $2,000, 올해 정부예산 11조 3천억 원, 국민의 85%가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데 외국계 은행들이 들어와 무슨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자세히 보면 서민을 위한 '마이크로 뱅크혹은 마이크로 파이낸싱(소액대출)' 이 제법 많이 보인다. 아마도 일반 관공서 공무원, 교사, 군인과 경찰을 제외하면 이들 은행이 가장 많은 고용을 하는 것같다. 여기 현지인과 얘기해보면 그들의 형제 자매나 친척 혹은 친구 중에 은행원들이 꼭 끼어 있다.
예금 이자율도 높아서 여러 한국계 혹은 다수의 현지 은행에서 연 8% 이상의 이자를 지급한다. 이자 소득세도 4% 정도로 낮은 편. (한국은 15.8%에다 2천만원이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다.) 요즘 한국인들 사이에 여기 은행에 1.5억원을 예치하면 매월 120만원 정도의 이자를 받아 1년 살기를 하는 것이 유행한단다. (여기서 월 100만원이면 한달 살기가 가능하다.) 환율이 거의 고정이니 1년이 지나 귀국할 때 원금 1.5억원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단다. 그러니 대출 이자도 높은 편으로 9% 이상이다. 여기 정부나 개인 모두 빚이 많다. 왠만히 진행 중인 국가 인프라 (항만, 교량, 간선도로, 공항, 상하수도, 전력생산, 대형병원 등등)은 거의 차관으로 벌이는 사업이고 아예 처음부터 외국업체가 건설 후 운영권이나 기타 개발사업권을 그들에게 넘겨준 것들이다.
그래선지 이 나라의 미래 성장성을 감안하여 양성자금도 들어왔지만 개발 투기와 그 외 음성 자금도 대거 유입되었다. 남부 해안 관광도시 시아누크빌엔 중국계 자금으로 지어진 호텔이나 카지노가 즐비하고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차이나 타운처럼 보인다. 프놈펜에선 한국에서 온 조폭인 듯한 온몸에 문신을 하고 건달같은 복장의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더러 보인다. 그들에게도 여긴 '불루오션'인 것같다. 이 나라의 자유로운 금융제도 상황에 당연히 그들의 돈세탁도 자연스러울 것같다.
날씨가 너무 더워 몇 시간의 봉사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종일 시간을 보낸다. 시원하고 와이파이가 제공되니 이 나라에 사는 동안의 절반의 시간을 여기 카페에서 보내는 셈이다. 거의 내 고정석도 있고 종업원은 내가 점심식사 등으로 자리를 잠시 비워도 내 소지품을 봐주고 전날에 두고간 충전기나 책을 챙겨줄 정도다. 주로 여기 대학생과 직장인이 쉬러 오거나 공부를 하러 온다. 그중 다소 시끄러운 부류가 게임을 하는 학생과 금융상담을 하는 은행직원이다. 그들은 아마도 외근직으로 대출영업을 하는 것같다. 은행에서 지급한 티셔츠를 입고 있으니 소속 은행을 바로 알 수 있다. 내가 알고 지내는 현지인도 팀장으로 여러 명의 스태프와 함께 대출영업을 하러 다닌다. 몇 일전 여기 카페에서 만나 물어보니 주로 서민을 상대로 소액대출을 하는 '마이크로 파이낸싱' 이란다. 가가호호 방문을 해서 영업도 하고 장시간 상담이 필요하면 인근의 카페로 이동한단다. 대출 영업사원 2~3인이 1개 조가 되어 마주 앉은 한 명의 대출자에게 이런 저런 대출상품 설명과 함께 옆에서 추임세를 넣어가며 상담을 성공리에 마친다. 아마도 그런 대출엔 그들이 가진 토지나 집이 담보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또 한 사람의 빚쟁이가 늘어난다.
정부는 외국의 차관으로 국민은 이런 마이크로 파이낸싱으로 빚쟁이가 된다. 그래서 지어진 관공서 건물은 무척이나 위압적이고 화려하다. 큰 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나 주요 도로도 그렇다. 가난한 나라에 고급 외제차가 즐비하다. 도요타 캠리, 프리우스 혹은 렉서스 세단이나 SUV가 도로에서 가장 흔한 차다. (대략 4만불 이상이다.) 글고 초딩들도 몰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국민 교통수단이다. (오죽하면 50보 이상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가장 흔한 혼다 오토바이가 대략 3천5백불 이상이다.) 한 마디로 값이 나가는 대부분의 동산과 부동산이 외상이거나 외국인 소유다. 번듯한 집이나 건물 혹은 토지 매매나 임대를 위해 나붙은 표지판엔 거의 중국 한자로 되어 있다. 기존 소유자도 중국인이고 그걸 나중에 살 사람도 중국인이라는 추측이다. 여기서 알게 된 현지인 젊은이는 내게도 여기 땅을 사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여러부~~운!!!
금융천국 캄보디아를 소개합니다. KW
'여행기(돌아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캄보디아 뜨내기_35 (관혼상제와 명절 풍습) (1) | 2024.04.16 |
---|---|
캄보디아 뜨내기_34 (쫄츠남과 송크란) (0) | 2024.04.14 |
캄보디아 뜨내기_32 (캄보디아의 미래?) (2) | 2024.04.05 |
캄보디아 뜨내기_31 (분류학) (1) | 2024.03.27 |
캄보디아 뜨내기_30 (경조사) (0) | 2024.03.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