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내려 남쪽으로 '칼스루헤'나 '스투트가르트'로 가는 길 주변에 여러 개의 원전을 볼 수 있다. 그쪽 일대가 독일에서 기계.중공업이 발달한 공업지역이라 전력 수요가 많은 곳이다. (벤츠의 본사와 공장도 거기에 있다.) 생각보다 도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원전이 있었다. 당시 업무차 출장갔던 KIT(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의 캠퍼스 안에도 있었다.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브리핑으론 그 학교는 핵물리학으로 유명하고 노벨상을 수상한 핵물리학자도 거기 현직 교수로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독일에서 지난 메르켈 수상 당시 원전 완전 포기를 선언하고 원전을 가동중단시켰다. 글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기후위기를 대비한 '탄소제로'로 가는 야심찬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메르켈의 은퇴 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을 빚어 가스비와 유가가 치솟아 국민생활과 경제에 큰 타격이 발생했고 후임 정권에서 폐쇄한 원전을 잠정적으로 되살려 그 고통을 완화하려 했다. (얼마 전 만났던 독일인은 지난 2022~2023년 겨울에 전기세와 가스비로 월 150만원 정도를 지불해서 상당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울나라도 당시 미국, 일본, 프랑스와 독일 등 원전 선진국의 그런 추세에 발맞추고 기후 위기를 대비한 탄소제로 정책에 동참했다. 하지만 울나라는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전 정부의 탈원전은 잘못된 정책으로 비난하며 당시 정책 관계자를 수사하여 탈탈 털고 구속기소하여 일사분란하게 원전부활을 추진했다. 가장 한탄스런 것은 지난 정부에서 국민적 합의와 각계 각층의 참여와 노력으로 만든 '중장기 탈원전, 탄소제로 로드맵'이 깡그리 부정되고 흐지부지 된 것이다.
나는 갠적으로 정권의 선택에 따라 국민의 뜻을 모아 지난 정부의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원전부활 또한 그 범주에 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애써 만든 장기 로드맵을 부정하고 일시에 파기하는 것은 깡패나 하는 짓으로 간주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같은 돌발변수가 생겼고 그로 인해 대내외적으로 불가피한 정책수정이나 변화가 필요하면 자연스레 국민적 합의를 모으고 신규 정책으로 나아가면 될 일이다. 그런 선택과 정책변경은 이웃 일본도 그랬고 독일도 그랬다. 왜 그걸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치부하고 당시 관계자를 쥐 잡듯이 몰아 세워야 하는지 한스럽기만 하다.
작금 우리 정치의 수준이 딱 그 모양이다. 그에 따라 국민의 수준도 하향 조정된다. 그걸 참기 힘들다. KW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0116070000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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