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3
주변에서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이 꼭 보라고 권했다.
컴따그래픽도 좋고 내용도 아기자기 재밌다 했다.
내사 직접 안보고는 인정몬한다.
블록버스트(blockbust)는 기본적으로 오락적 요소로
재미를 주는 영화다. 여태까지 만들어진 국산 블록버스트
가 뭐 그저 그런 수준이라 별 기대도 안했다. 근데 나날이
관객이 늘어나고 보고온 사람들이 그 감동을 얘기해서 이젠
안보고 끼여들기가 어렵게 되었다.
어제 중국출장을 다녀오니 그새 관객 천만명 달성이 코앞이란다.
쫒기듯이 극장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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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뻔하다.
일본열도에서 빈번한 지진이 한반도에 점점 가까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큰 해일(쓰나미)이 발생하여 해운대를 덮친다는 것.
아무튼 배경이 부산이고 해운대다.
해운대는 이미 여름이면 백만의 피서객이 붐비는 세계적 휴양지다.
그곳에 쓰나미가 덮쳤다. 수십미터의 파도와 거대한 물폭탄은
아마도 장산 아래 계곡까지 쓸고 올라갔을 것이다.
내용은 거기 놀러갔던 피서객, 일로 잠시 머문 사람들 그리고
거기 토착민인 주인공과 가족들도 있었다. 설경구와 하지원
그리고 그가족과 동네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희극적 요소를 깔고 있으면서도 희극적 요소보다는
부산사람들에게 내제된 끈끈한 정과 의리, 무뚝뚝함 그리고 억센
사투리가 스토리의 진정성을 돋보이게 했다. 어찌보면 우리가
MB 정부와 지금 세태의 가벼움과 약삭빠름에 식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요새 다시 MBC에서 '친구'를 주말드라마로 방영하는데 부산
사투리가 다시 출신에 대한 자긍심을 채워준다.
글고 내 81동기의 든든한 빽인 박현주가 광안대교를 지켜주고
있는데 이영화에서 한껀 했다. (현주야! 영화에서 배가 다리에
난파되서 폭발되는 바람에 다리가 무너졌더라. 다시 지어라.
이번엔 좀 더 이뿌게 지어봐라. 글고 어떤 쓰나미가 오더라도
끄떡없도록... 알겄제?)
영화를 보면서 오늘의 부산을 생각했다.
70년대까지 부산은 남동임해공업지역의 중심도시, 한국의 해운
관문이자 물류 중심도시, 수출전진기지 . . .
그런 부산은 70년대까지 한국의 수출을 주도하던 합판, 신발, 가발,
조선산업의 중심지였고 가장 생산성이 넘치는 역동적인 도시였다.
이후 80년대 접어들면서 간판기업이었던 동명목재, 국제상사가
무너졌고 야당도시로 부산의 바른 입행세를 했던 국제신문이 폐간
되었다. 하여 80년대를 부산에서 산 우리에겐 암울한 우리의 가정
형편을 보며 자랐다.
그것은 부산을 덮친 쓰나미였다. 그이후 부산은 다른 도시들이
성장을 했던 것에 비하면 정체상태를 면치 못했다.
지금도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빨리 감소세를 보이고 출산율이
가장 낮고 부동산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도시가 되었다.
영화에서는 부산의 모습이 해운대 토박이들의 모습에 잘 투영되어
있다. 만식(설경구)와 연희(하지원) 그리고 친구(김인권) 그리고
그부모들 세대 모두 뭔가 결손가정으로 보인다. 모두 짝이 없거나
잃었다. 일로 부산에 머무는 김휘박사(박중훈)과 엄정화도 그렇다.
그리고 토박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현재의 한국을 끌어가는 첨단
산업이 아닌 재래식이다. 부산은 대한민국을 역동적으로 이끌던
생산도시에서 외지의 피서객과 관광객들이 먹고 마시고 배출하고
가는 소비도시가 되었고 거대자본에 토종이 잠식되어가며 근거지를
하나씩 내주어야하는 상실의 도시였다.
영화에서는 이기대가 나오고 그 슬픈 전설처럼 맞은편에
망한 옛동명목재 공장터가 있다. 그리고 김인권과 설경구 아들
꼬맹이가 구걸하는 모습이 나온다. 또한 꼴찌수준을 맴도는
부산갈매기 프로야구, 롯데가 있었고 병살타를 치고 욕을
먹고 자존심 상한 간판타자 이대호도 있었다. 그러나 술먹고
행패부리고 욕을 하는 설경구나 욕먹는 이대호도 부산이 좋은
토박이였다. (암튼 부산을 상징하는 여러가지가 나왔다.)
근데 쓰나미는 인간이 보기에 대책없이 무자비한 재앙이라
볼 수 있지만 결국 자연의 현상이고 어찌보면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듯 본모습을 유지하려 자정작용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쓰나미는 탐욕에 찌든 사람과 도시를 유린하고 정화시켰다.
쓰나미는 해운대 토박이든 외지인이든 모두를 갈등과 난관
으로부터 벗어나 화해하고 결합을 하게 한다.
암튼 그속에 부산과 부산사람들이 있었다. 그것도 요새
서울에서 닳고 닳은 사람같지 않은 순수함과 투박함이 있었다.
감독은 그런 시나리오로 '부산의 부활' 코드를 심어 놓았다.
사실 CG는 기대이하였다. 더 이상은 노코멘트. (근데 대낮에
물을 CG로 처리하기는 기술이 가장 어렵단다.)
암튼 내가 대학시절을 보냈던 부산은 영화 '해운대'에서 그렇게
살아있었다.
KW
PS : 이기대(二妓臺)에 그런 사연이 있었는지 인제사 알고 부끄부끄...
글고 부산을 배경으로한 '해운대'가 한강을 배경으로한 '괴물'
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두 도시의 코리안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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